성과급 충당금 빼면 영업이익 100조대…AI 투자 지속성 의구심 속 “메모리 비중 축소” vs “저가 매수 기회”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조 원 수준이었다. 2분기 영업이익엔 1, 2분기 반도체(DS) 부문 성과급 충당금이 함께 반영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 17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 충당금을 제외하면 2분기에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호실적은 DS 부문이 견인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2분기 DS 부문에서만 약 90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HBM 생산 확대에 따라 적층 D램 투입이 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었고, 이에 따라 범용 메모리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4월 16달러에서 6월 21달러로 31.25% 뛰었다.
HBM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지난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하는 등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부도 선단 공정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7일 삼성전자는 6일 대비 6.92% 하락한 29만 6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셀온(호재에도 매도가 강하게 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적 전망 등 호재가 주가에 선반영됐고, 실적 발표로 오히려 상승 재료가 소진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영업이익 100조 원에도 못 미쳤다.
정형곤 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주가가 함께 하락했다는 점은 시장이 개별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AI 메모리 산업 전체의 밸류에이션과 향후 성장성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시장은 이제 분기 실적보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메모리 관련주 비중 축소를 권고하는 의견도 나왔다. 6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반도체는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기업)의 AI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인 만큼, 하이퍼스케일러가 투자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실적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며 “반도체에서 하이퍼스케일러와 기타 AI 수혜 업종으로 주도주가 이동하는 순환 국면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반면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이유 없이 발생하고 있는 극심한 변동성은 저가 매수 기회”라며 “반도체 주가 사이클의 종료는 일반적으로 주도 응용처의 수요 감소로 인해 촉발돼왔다. 현재 AI 서버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도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현재 주가 대비 괴리도가 크지만, 견조한 업황과 수익성, 낮은 밸류에이션 배수를 고려하면 목표가를 하향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향후 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7월 말 예정된 글로벌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꼽힌다. 지난 7월 7일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빅테크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주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되면 국내 반도체주도 다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외 다른 빅테크 기업으로 HBM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흑자 전환 여부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DS 부문에 비해 2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X 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모바일(MX)·네트워크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5000억~1조 원, TV(VD)·생활가전(DA) 사업부 영업이익을 1000억 원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자세한 실적은 오는 7월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