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이날 특별강연 뒤 김 전 대통령은 학생들과 40여 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특유의 유머와 명료한 논리로 답변에 나서 여러 차례 박수를 이끌어냈다.
‘햇볕정책이 사회·문화적으론 성공했으나 정치·군사적으론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원조’답게 북핵 문제의 원인은 결코 햇볕정책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북한 사람들도 사람이다. 선의를 가지고 대하면 변하게 되어 있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이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 놓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 때문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우리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문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사찰을 받아야 하며 동시에 미국은 경제 제재를 풀고 대화를 해야 한다.”
한 학생은 ‘삶 속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와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는데 개인적으로 악마에게 진 적이 있다면 살면서 겪었던 가장 강한 악마는 무엇이었지’를 묻는 흥미로운 질문이 던져 눈길을 끌었다. 먼저 종교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이렇게 설명했다.
“난 가톨릭 신자지만 하나님이 정말로 계신가 때때로 의심을 했다. 그런데 1973년 일본에서 납치됐을 때였다. 당시 중앙정보부 공작선 위에서 사지가 묶이고 팔에는 무거운 물체가 달려 있어 ‘물에 빠지면 30분 허덕이다 죽을 것이다. 차라리 잘됐다. 고생 덜하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상어한테 물려도 좋으니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나타나셨다. 그때 예수님 옷을 붙잡고 ‘살려달라. 내가 아직 우리 국민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정치적’으로 호소했다. 얼마 후 쿵 소리가 나더니 30여 분 뒤 한 선원으로부터 ‘김 선생,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내가 만난 게 정말로 하나님인가 권위 있는 분에게 증명을 받고 싶어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을 때 물어봤다. 그런데 추기경은 (신은) 당신의 믿음에 있지 내가 증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
또 ‘악마에 져 본 일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내 사생활 문제다. 꼭 알고 싶으며 나중에 둘이 만나자”는 유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