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만 하다 접었다고? KT, 영재센터와 손잡고 감독·선수까지 물색 정황 포착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장시호 씨. 고성준 기자
KT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 영재센터로부터 동계스포츠단 창단 관련 제안을 받아 검토하다가 그해 8월 거절 의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미 운영하는 스포츠단이 있는 데다 KT의 사업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영재센터는 당시 설립된 지 1년도 안된 단체였고, 스포츠단 창단이나 운영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데도 KT는 영재센터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내부 검토를 하는 데 6개월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과정에서 KT가 스키 실업팀 감독과 선수들을 물색하고 다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특히 KT는 강용석 변호사와의 불륜설에 휩싸여 논란이 됐던 도도맘 김미나 씨의 남편인 조 아무개 스키감독에게도 실업팀 감독직을 제안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감독은 영재센터 이사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KT로부터 실업팀 감독직을 제안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시 KT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제안했지만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 측은 조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KT 측은 오히려 조 감독이 스키 실업팀과 관련된 제안서를 가지고 찾아와서 제안서를 검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감독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KT 측의 주장에 대해 조 감독은 “장시호 씨가 저에게 KT에서 그런 팀이 만들어지고 감독직이 공석이라고 언질을 주면서 저에게 그 팀 감독직을 제안했다. 제안을 받고 고려했던 건 사실”이라면서 “KT 쪽과 미팅을 해야하니 이력서 및 훈련 계획서를 만들어서 미팅을 해야 한다고 했고, 저는 대표팀 기준으로 만들어 KT와 미팅을 했다. 그 후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를 장 씨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하지만 최종적으로 감독직을 고사했다. 장 씨가 결정적으로 ‘KT에 가려면 강용석 변호사와 진행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면서 “고민을 했고 최종적으로 그럴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직에 대한 논의는 내 선에서 최종 거절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조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KT가 실업팀 창단을 검토만 하다 무산시켰다고 했는데 창단이 결정되기도 전에 감독부터 찾으러 다니는 경우가 어디에 있겠느냐”며 “KT 해명은 말이 안 된다. 실업팀 창단을 사실상 확정 짓고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KT가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스키 실업팀 창단을 준비하다 지난해 8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계획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최 씨와 장 씨는 KT가 스키 실업팀을 창단할 경우 영재센터가 에이전시로서 창단 및 운영 관련 업무대행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이미 차은택 씨 측근 인사 2명을 KT 광고 관련 부서 임원으로 채용하게 하고, 최 씨 실소유 광고회사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KT가 스키 실업팀 창단 계획을 정작 대한스키협회에는 알리지도 않고 영재센터와만 협의해 일을 진행한 정황도 포착했다. KT 측에 감독과 선수를 추천한 사람은 허승욱 전 영재센터 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스키협회 측은 “KT가 실업팀을 창단하려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연락이 온 것이 없다”면서 “실업팀을 창단할 때 꼭 우리 협회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알리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이나 선수를 추천받는다고 하면 당연히 협회를 통해 하는 것이 더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나. 협회를 거치지 않고 창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특정 센터에 감독이나 선수 추천을 요청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허승욱 전 영재센터 회장은 “당연히 대한스키협회 차원에서 일이 진행되는 건 줄 알았다. 영재센터가 뭐라고 KT가 영재센터와 협의해 일을 진행하나. 시호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 “저에게 감독과 선수를 추천하라고 했을 때도 제가 스키계에서 유명하니까 추천해달라는 건 줄 알았다”고 말했다. KT가 영재센터와만 협의해 실업팀 창단을 준비한 것이 사실이라면 본인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T는 “(제안서를 받고)업계동향 파악을 위해 스키협회를 방문했으나, 창단과 관련해서 결정된 바가 없으니 당연히 스키협회와 논의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KT는 조 감독이 감독직을 거절한 후 허 전 회장 친동생인 허승은 전 스키 국가대표팀 코치를 실업팀 감독으로 내정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허 전 회장은 “박재혁 전 영재센터 회장(허 전 회장의 전임 회장)이 KT에 실업팀이 생기니까 추천해보라고 했다. 내 동생만 추천한 것은 아니고 여러 사람을 추천했는데 KT 측에서 내 동생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이라며 “정식으로 계약서 같은 것을 작성한 것은 아니고 구두로 제안이 와서 해보겠다고 수락만 한 상태였다. 내 동생은 실업팀 감독을 안 해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재혁 전 회장은 “KT에서 실업팀을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일이 진행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KT 측은 “허승은 전 코치를 감독으로 내정하려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영재센터가 허 전 코치를 감독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고 KT는 이에 대해 검토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KT 측은 “조 감독과 관련된 건도 KT가 조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영재센터 주선으로 조 감독이 KT에 제안서를 들고 찾아왔다. KT가 알아보고 다닌 것이 아니라 영재센터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KT는 영재센터의 배경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었으며 동계올림픽 파트너로서 비인기종목 지원 취지에서 창단에 대해 검토했었다. 홍보효과, 사업비용 등 다방면에서 살펴봤지만 결과적으로 창단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