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음주량? 하루 정종 한 홉 정도…레드와인은 동맥경화·맥주 쓴맛은 치매 예방
술을 자주 마시면 정말 주량이 늘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주량이 늘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량은 유전일까. 아니면 술을 자주, 많이 마실수록 주량도 늘어날까. 성인 남성(70kg)을 기준으로 맥주 1병을 마셨을 때 알코올 분해 시간은 평균 2시간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알코올 분해 능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보다 빠르거나 혹은 더딜 수도 있다.
주량을 결정하는 것은 알코올 분해효소(ALDH)다. 몸속에 ALDH 분비가 활발하면 술을 잘 분해하고, 부족한 사람은 조금만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메스꺼우며 금방 취하게 된다. 세간에는 “술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주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일본 알코올건강의학협회’에 따르면, 음주량이 증가했다고 해서 ALDH가 활성화되는 등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 단지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인체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이를 주량이 늘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따라서 협회는 “주량을 늘리겠다고 무작정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체질적으로 자신이 술을 잘 받는지, 아닌지는 알코올 패치테스트로 판단할 수 있다. 병원이나 전문기관에서 알코올 분해능력 확인 검사를 실시하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집에서도 간단히 체크 가능하다. 1회용 반창고와 소독용 알코올만 준비하면 된다.
먼저 1회용 반창고에 소독용 알코올을 2~3방울 떨어뜨린 후 팔 안쪽에 붙여보자. 7분이 지난 다음 떼어내고 피부가 빨갛게 되었는지를 체크한다. 만약 빨갛게 변한 사람은 ALDH 불활성형, 즉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또 빨갛게 변하진 않았어도 그대로 10분간 방치했더니 붉은 기가 올라오는 사람은 술에 약한 저활성형이다. 이럴 경우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과도한 음주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돼 왔다. 특히 식도, 구강, 인후두 등 술을 마실 때 술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에 발생하는 암들은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알코올을 분해하는 신체기관, 간 역시 지나친 음주가 간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증가 추세인 여성 음주와 관련해서도 “음주가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암연구센터의 사와다 노리에 연구실장은 “술이 몸속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음주가 암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판명되진 않았으나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기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와다 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확실히 암도 발병하기 쉽다”면서 “중요한 것은 양 조절이다. 적정 음주량은 순수 알코올로 환산했을 때 하루 정종 한 홉(180cc)”이라고 전했다.
한편 애주가들에게 희소식도 있다. “허혈성심질환, 뇌경색 등 순환계 혈관이 막히는 질병에는 오히려 음주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과음이나 폭음이 아닌 적당한 음주에 한해서다.
이와 관련, 사와다 연구실장은 “알코올이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착한 콜레스테롤’을 늘리고 혈액을 굳지 않게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허혈성이 아닌 출혈성뇌졸중의 경우 1홉 미만의 음주라도 리스크가 급상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당한 술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이롭다. 가령 레드와인은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효과가 뛰어나다. “하루 1~2잔 레드와인을 즐기면 동맥경화와 노화방지 예방에 좋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 게다가 최근에는 “맥주의 쓴맛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밝혀져 화제가 됐다.
지난달, 일본 음료업체 기린과 도쿄대학이 공동 연구한 결과 “홉(Hop)의 쓴맛 성분인 이소알파산이 뇌 속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뇌에 쌓이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추천하는 건 효모를 상온에서 발효시켜 만든 에일맥주. 그 가운데서도 “홉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IPA맥주가 좋다”고 한다. 예방의학 전문의 오가와 아키히로 원장은 “스웨덴과 미국 등에서도 맥주를 마시면 치매, 파킨슨병,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면서 “하루 350ml의 맥주를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음주에 대한 깨알 상식…술 취한 남성 ‘이성에 대한 관심’ 뚝 #건강하게 술 마시는 방법 ‘일본 알코올건강의학협회’에 따르면,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사망 위험률이 주 1~2회 마시는 사람에 비해 1.8배나 높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당량을 즐기고, 1주일 중 며칠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날로 지정해놓는 것이 ‘건강한 술 마시는 법’의 기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술 마신 날은 자기 전에 꼭 양치질을 할 것. 그냥 자게 되면 알코올 속 독성물질이 구강 점막에 남아 암을 불러올 수도 있다. #흡연과 음주를 병행하면 최악 “평소에는 담배를 잘 피우지 않는데, 술자리에서는 그만 담배를 피우고 만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습관은 건강에 최악이다. 일본 암연구센터의 사와다 노리에 연구실장은 “담배가 질병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울 경우 암 발병 위험이 배로 상승한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하루 2홉 이상 술을 마시는 흡연자의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는 비흡연자에 비해 3배가량 높다. 특히 흡연자 가운데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2홉 이상 술을 마시는 생활을 지속할 경우 암 위험은 3.4배까지 치솟았다. 사와다 연구실장은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이로울 수 있으나 흡연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술 취해 나도 모르게…’는 변명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이 말이 바람둥이의 변명으로 사용될지 모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4년 미국에서 발표된 동물실험에 따르면 “알코올을 대량 섭취한 수컷은 암컷에 대한 관심이 낯선 이를 봤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