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옥·이슬비 대위, 무서운 동기 사랑 ‘베스트 커플상’
# 거짓말 또 거짓말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학장. 일요신문 DB
4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학장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 관리 특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부인했다. 그러나 구속된 류철균 이대 교수 측은 “김 전 학장이 최 씨와 정 씨를 잘 봐주라고 부탁했다. 김 전 학장이 3번이나 요청해 지난해 4월 최 씨와 정 씨를 1분간 만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학장은 1월 12일 특검에 소환돼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학장은 청문회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특검팀에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청문회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쇼 아니냐’라며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김 전 학장을 위협하는 강력한 후보였다. 앞서의 보좌진은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한 적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점차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데도 그렇게 말했다. 무서울 뿐”이라고 했다. 특검 수사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은 7차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지는 않았고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 위대한 증인
노승일 전 케이스포츠재단 부장. 일요신문 DB
‘폭로상’ 수상자는 노승일 전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이 선정됐다. 노 전 부장은 3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통해 최순실 씨의 증언 조작 의혹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5차 청문회에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위증 교사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이 김기동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소개해줬다’고 들었다”고 주장하며 연일 새로운 내용을 쏟아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노 전 부장을 향해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위대한 증인이다”라며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노 전 부장과 함께 폭로전을 이어간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아쉽게(?) 떨어졌다. 고 전 이사는 2차 청문회에서 “옷 100벌과 가방 30~40개를 최순실 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했고 대금은 최 씨가 자기 돈으로 계산했다”고 폭로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이 대두되는 순간이었다. 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도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수행비서 같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 ‘법꾸라지’ 가출 투쟁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일요신문 DB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미꾸라지상’이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끝까지 1위를 놓고 다퉜다. 둘은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의 경우 뻔뻔한 답변뿐 아니라 자세까지 불량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아 상을 거머쥐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 전 수석이 법의 맹점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집을 비웠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까지 걸고 추격전을 펼쳤다. 결국 우 전 수석은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최 씨마저 “모른다”고 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김 전 실장도 2차 청문회 당시 최 씨를 줄곧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의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자 “모른다고 할 순 없다”며 돌연 말을 바꿨다.
# 휴가도 반납하고…
조여옥 대위와 이슬비 대위. 일요신문 DB
청문회 후반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이슬비 대위를 지목하며 “저 분이 계속 따라다니는데, 조 대위를 하루 종일 감시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위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마이크를 툭툭 친 뒤 “조 대위와 동기”라고 밝혔다.
이 대위는 “원래 오늘 휴가였다. 개인적 목적으로 휴가를 낸 날이었고 공교롭게 이날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서 동기와 같이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이 자리에 온다고 했더니 공가 처리로 바꿔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들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고, 이 대위와 조 대위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둘의 모습은 개그 프로에서도 패러디될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주연 뺨치는 명품 조연
주연(증인) 못지않게 주목 받은 조연(참고인)도 있다. 이른바 ‘신스틸러상’이다. 주인공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주 전 사장은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이유에 대해 주 전 사장은 “우리나라에 발언권 있는 모두가 입을 닫고 찬동하는 거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 증권회사까지 옹호해서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
또 주 전 사장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가는 논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의 설전도 화제를 모았다. 이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 적 있느냐”고 묻자 주 전 사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재차 “입당한 적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주 전 사장이 “네”라고 말하자 이 의원이 “길게 답변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 전 사장은 “안” “했” “습” “니” “다”라며 음절마다 끊어 대답했다.
또 이 의원이 “연임을 하지 못한 것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엉뚱한 질문을 하자 주 전 사장은 “국정농단 의혹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청문회 명장면 BEST 5] “구치소가 보호소” 박영선 SNS 생중계 1. 혹시 썸 타는 중? 2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대화. 안 의원이 장 씨에게 “제가 미우시죠”라고 묻자 장 씨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이에 안 의원은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라고 하자 장 씨는 “괜찮다”고 말했다. 또 다시 안 의원이 “개인적으로 미워하진 말라. 이모(최 씨)를 잘못 만난 벌이다”라고 하자 장 씨는 “꼭 뵙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2. 천하의 김기춘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황해 하는 모습. 그동안 김 전 실장은 줄곧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밤 10시를 넘겨서 김 전 실장의 위증 의혹이 제기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네티즌 제보를 받아 2007년 7월 19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의 검증 청문회 영상을 청문회장에 틀었다. 박 의원은 “법률자문고문이던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죄송하다. 나이가 들어서…”라며 “최순실의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3. 여기가 민정수석실이냐 5차 청문회에 참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고압적인 태도. 우 전 수석은 각종 추궁에 강하게 부인하며 답답하다는 듯한 태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우 전 수석을 향해 김성태 국조특위원장은 “여기가 민정수석실의 부하직원들하고 회의하는 장소도 아닌데 왜 계속 그렇게 메모하는 자세를 취하냐”라고 버럭 화를 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유의하겠다”며 자세를 고쳐 앉자 김 위원장은 “앞으로 그런 자세로 답변하라”고 말했다. 4. 구치소까지 방문했지만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핵심 관계자가 끝내 출석하지 않아 열린 구치소 청문회. 국조 특위는 사전 협의를 했으나 현장에서 구치소 측은 돌연 태도를 바꾸고 직원들을 동원해 국조 특위를 막아섰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SNS에 “(문 뒤에 최 씨가 있는데) 서울 구치소 소장과 법무부 차관이 최 씨를 못 만나게 하고 있다”며 현장을 생중계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5. 기업 총수들 28년 만에 한 자리에 삼성·현대차·SK·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 9인이 참석한 1차 청문회. 의원들은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재벌 총수들이 총동원된 청문회는 28년 만에 일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이 쏟아져 마치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던 이 부회장은 결국 특검에 피의자 신세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민] |
박범계 ‘박뿜계’ 김경진 ‘쓰까요정’…이색 별명 얻어 일부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이색 별명을 얻었다. 청문회에서 단연 활약이 돋보였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안 탐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안 의원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청문회 기간 독일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안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조여옥 간호장교를 찾아 미국 텍사스주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쓰까요정’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5차 청문회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알려줘쓰까” “우째 알아쓰까” 등 반말이 섞인 사투리로 우 전 수석 기를 눌렀다. 김 의원의 ‘쓰까’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44만 건을 기록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박뿜계’로 불렸다. 4차 청문회 당시 발언 시간을 1초 남겨둔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이 “시간을 꺼 달라”고 요구하자 박 의원이 돌연 ‘빵’ 터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퍼지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완용’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일부 재벌 총수들의 조기 귀가를 요청하고 위증 교사 의혹에 휩싸이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결국 국조특위 위원직에서도 사퇴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