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출연 방식·규모 합의 쉽지 않아…“반강제 기부 요구” 반발도
재단 설립은 지난해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신법)이 개정되면서 추진됐다. 개정된 여신법 제67조는 ‘여신협회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선불카드의 사용 잔액 및 신용카드 포인트 등의 기부금을 통한 사회공헌사업을 위해 기부금관리재단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재단을 설립하려 했으나 법적인 근거가 없어 카드사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근거가 생긴 이후 순차적으로 재단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협회는 재단을 통해 ▲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지원 ▲영세가맹점 지원 ▲국민의 올바른 금융생활을 위한 공익적 활동 및 학술지원 ▲사회복지사업 등 사회공헌사업 등 업권의 특성을 반영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의 기금 출연 규모와 방식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신법은 카드사들의 소멸 포인트와 선불카드 잔액 등 낙전수입을 기부하라지만 여신협회 입장은 조금 다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소멸 포인트를 참고로 해서 일정 기금을 걷을 계획”이라며 “낙전수입을 기부하라는 건 법의 취지고 실제로는 참고만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즉 카드사들은 소멸 포인트를 그대로 재단에 기부하는 게 아니라 소멸 포인트를 참고로 기준을 정해 일정 회비를 내는 것이다.
카드사들과 여신협회는 소멸 포인트 규모와 카드사 전체 매출 규모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을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멸 포인트 규모 순으로 기금을 출연한다면 카드사마다 소멸 포인트에 대한 규정이 달라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렵다. 가맹점과 카드사의 포인트 비용 분담비율과 소멸기한도 카드사마다 각각 다르다. 심지어 포인트 소멸기한이 없는 카드사도 있다. 그렇다고 매출 규모 순대로 출연금을 결정하자니 법의 취지에 어긋나 카드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 내부 전경.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여신협회와 카드사들은 2011년 4월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해 사회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위원회 역시 카드사의 소멸 포인트를 기부한다는 취지로 발족됐으나 여신협회 특별회비징수규정에 따르면 사회공헌사업 부문 분담금은 소멸 포인트 순이 아닌 카드사들의 연간 시장점유율 순서대로 부담한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일부 카드사들은 재단 설립 자체를 반대한다. 가맹수수료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반강제적으로 기부를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의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으로 못 박아서 소멸된 포인트를 무조건 기부하라는 건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금융감독기관은 고객들이 포인트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 포인트를 얼마나 잘 쓸 수 있을지 관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카드사들이 힘들어 할 정도의 수준으로 운영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좋은 일로 들어왔으니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금 출연부터 협의가 되지 않고 카드사들의 반발이 지속되는 등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제주 새싹꿈터 기부금 횡령 몸살…운영 중단에 건물만 덩그러니 2015년 2월 여신협회는 제주시와 업무협약을 맺어 제주도의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센터인 ‘새싹꿈터’ 설립에 들어갔다. 당시 여신협회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14억 50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후원했다. 사회복지모금회가 기금을, 제주시는 해당 부지를 무상 지원하고 세부 운영은 사단법인 드림투게더에 위탁했다. 새싹꿈터는 2015년 8월 개소식을 열었고 건물과 각종시설, 버스 등을 마련했다. 개소식을 연 직후 드림투게더 직원이 기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드림투게더 직원이 후원금 중 1억 3000만 원을 횡령해 드림투게더가 운영을 못하게 됐고 현재도 건물만 있을 뿐 설립 1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전혀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드림투게더를 고소했고 드림투게더는 그 직원을 고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여신협회는 제주시에 건물과 버스 등을 기부채납하고 제주시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제주시가 잘 운영해보겠다며 기부채납을 요청했고 여신협회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취약계층 보호 등 본연의 목적으로 하루빨리 정상화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