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적분할 방식·하만 인수 등 사업 차질 가능성…삼성 “법원이 잘 판단해주길”
이에 대해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5일 “이재용 부회장(왼쪽)이 수년간 준비해 온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며 “이부진 사장(오른쪽)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비즈한국DB
이번 특검의 영장으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삼성 승계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승계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삼성은 이를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인다.
삼성은 지난해 고액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취해 달라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4개 제안 중 3개를 수용한 상태다. 복잡한 지분 매입 과정에서 경영권 공격이 들어올 수 있어 잠재적 적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시장은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이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할 이 부회장이 구속이라도 된다면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지지가 우세한 가운데 조기대선이 치러져 야권이 승리할 경우 경영권 승계작업을 전면 재수정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신주 배정을 막는 상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 배정된 신주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제출된 상태다.
외신도 삼성의 사면초가 상황에 주목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5일 “이 부회장이 수년간 준비해 온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법적 문제로 오랜 기간 경영의 핵심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의 승계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부진 사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이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처럼 제품 문제가 아닌 경영자의 부패로 인한 문제라는 데 주목한다. 오랜 기간 쌓아온 삼성의 대외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승계는 물론 당장 사업적으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전장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하만(Harman) 인수가 좌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하만 주주들은 삼성이 비리에 연루된 기업이라며 합병 반대에 나서고 있다. 또 올해 4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8’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폭발력을 갖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은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최고경영자(CEO)의 단순 부재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경제문제에 대해 비관적 인식 자체가 미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하만 인수 등 사업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