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부터 복지시설 방문까지 가는 곳마다 ‘구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이 반 전 총장의 귀국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귀국 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이 대변인이 밝힌대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 전 총장은 지난주 귀국 후 나날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총장이 나서는 곳마다 그의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후 서울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철도 표를 끊는 과정에서 발권기에 1만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수에 올랐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의 서민 행보는 귀국 전부터 논란이 됐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 인천공항 측에 3부 요인(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준하는 특별 의전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측은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예우 규정이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공항 혼잡과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공항 측이 귀빈실 이용을 언급했지만 특별한 의전을 고려하지 않아 별도 공문을 보내지도 않았다”며 의전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민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싶다며 입국 후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공항철도 표를 끊는 과정에서 발권기에 1만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투입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 73세인 반 전 총장이 무임승차 기준 연령인 65세를 넘어 표를 살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발권기에서 표를 사는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질책이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의 자택이 있는 사당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 아무개 씨(28)는 “인천공항에서 사당동까지 오는데 반 전 총장처럼 공항철도 타고 서울역에서 환승해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면 공항리무진 버스 한번이면 될 텐데 너무 쇼 같았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에서 나와 편의점에 들러 생수 한 병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프랑스 생수 A를 가장 먼저 집었다가 국산 생수로 바꾸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됐다.
방명록 논란도 일었다. 귀국 다음날인 13일 반 전 총장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방명록을 쓰는 과정에서 컴퓨터로 미리 출력해 준비한 쪽지를 보고 옮겨 쓰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과잉 의전 비판도 쏟아졌다. 현충원 측이 반 전 총장이 방명록을 쓸 것을 예상하고 비치된 흰 색 장갑과 방명록에 핫팩을 끼워 놓았기 때문이다.
14일에도 반 전 총장의 물의는 계속됐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발길이 닿은 곳은 충북 음성군 맹동명 AI거점소독시설이다. 반 전 총장은 직접 방역복을 입고 방역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 말한 분이 어설프게 방역복 입고 사진이나 찍자고 그 많은 인원을 동행한 채 방역현장에 가셨느냐”며 “이건 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계농가와 가격폭등으로 계란하나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쇼’였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해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음식물을 떠먹여 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날 오전에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했다. 반 전 총장이 침대에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음식물을 떠먹이는 모습, 또 죽을 먹지 않는 반 전 총장이 오히려 턱받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 측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꽃동네 안내에 따라 어르신의 식사를 돕게 됐다”며 “담당 수녀님에 따르면 그 어르신이 미음을 그렇게 드시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복장도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서민 행보는 이번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16일에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후 부산으로 이동, 유엔 기념공원을 방문하고 깡통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연이어 찾는다. 18일에도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앞두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