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땅 짚고 물장구치기

롯데쇼핑 ‘바닥’때 지분 늘려 억대 수입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더불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경영자로 각인돼 온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은 최근 남동생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에 조금씩 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신 부사장과 그 직계가족이 최근 롯데쇼핑 지분을 늘려 화제가 됐다. 신 부사장은 지난 3월 13일 2000주를, 신 부사장의 장남 장재영 씨와 그의 부인 유주영 씨는 3월 14~15일 이틀 동안 각각 950주와 300주를 매입했다. 올 초 인사에서 이사 승진 1년 만에 상무로 고속 승진해 주목을 받은 신 부사장 딸 장선윤 롯데쇼핑 상무도 3월 15일 900주를 사들였다. 장재영-유주영 부부와 장선윤 상무는 롯데쇼핑 대주주 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신 부사장 일가가 이번에 사들인 주식 총수는 4150주에 불과하지만 재미는 쏠쏠했던(?) 것으로 보인다. 1월 3일 39만 4000원까지 치솟았던 롯데쇼핑 주가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3월 6일 32만 4000원까지 내려갔다. 3월 한 달 동안 잠시 34만 원을 넘은 적은 있으나 거의 33만 원 이하에 머물자 ‘롯데쇼핑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데 4월 초가 되면서 롯데쇼핑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4월 20일 종가 36만 6000원을 기록했다. 신 부사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 3월 13~15일 사이 롯데쇼핑 주가는 33만 원~34만 1500원 사이를 오갔다. 롯데쇼핑 주가가 ‘바닥을 칠 때’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신 부사장 일가가 한 달 만에 취한 평가차익은 1억 원을 넘는다.

롯데쇼핑 주가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선 배경엔 FTA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대주주 일가의 지분매입에 이은 주가상승’ 공식이 적용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장녀인 신 부사장은 신동주-신동빈 형제보다 손위이며 그동안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음에도 롯데쇼핑이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급속 재편되면서 역할 축소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단기간에 거둬들인 이번 상장 차익과 자녀들이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신 부회장의 불편한 속내를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우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