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출근·초과근무 일상화…타각 아닌 점장이 근무시간 체크해 ‘조작 가능성’
전국의 롭스 매장 오픈 시간은 매장에 따라 오전 8시, 10시, 11시 등 각각 다르다. 매장 직원들은 오픈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청소 등 준비를 한다. 롭스 관계자는 “매장 오픈과 동시에 고객이 바로 접할 수 있도록 10~15분가량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롭스 매장을 지켜본 결과 직원들은 오픈 시간보다 30분~1시간가량 일찍 출근했다. 출근뿐 아니다. 영업시간이 끝나도 바로 퇴근할 수 없다. 정산, 재고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 공식 근무시간 후에도 거의 매일 추가 근무를 한다. 롭스 매장 직원의 공식 근무 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9시간이다. 롭스 내부 직원에 따르면 9시간은 영업 등 판매 관련 업무일 뿐 오픈 전 준비하는 시간과 정산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실제 근무시간은 9시간이 훨씬 넘는다.
심지어 일부 매장 직원들은 “오픈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게 의무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매장에 최초로 출근한 직원의 출근 시간은 보안시스템 해제 시간을 통해 알 수 있다. 오픈 30분 전까지 보안시스템이 해제되지 않으면 지역관리자가 매장에 연락한다. 롭스 관계자는 “일부 관리자가 오픈 시간 확인 차원에서 연락했을 수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오픈 시간을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롭스 내부 전경. 우태윤 기자
특히 인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롭스의 직원 채용방식은 경력직 채용과 4개월 인턴 평가 후 신입사원 채용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인턴 직원은 하루 9시간을 근무하고도 최저시급 수준인 15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턴 계약서 근무 시간 항목에는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급여 항목에서는 ‘일 9시간 근무 중 8시간 근무에 따른 기본급과 일 1시간 연장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1시간 연장 근무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 근무시간이 9시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시급도 못 받는 셈이다. 롭스 관계자는 “롭스에서 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85%로 높으며 싼값에 인턴을 부려먹자는 게 아니라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턴은 연장 근무를 시키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연장 근무한다면 대휴를 통해 근무시간을 맞춰 주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본사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롭스 관계자는 “인턴을 비롯한 전 직원의 출근과 퇴근 기록은 모두 본사로 전해진다”며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근무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롭스 매장에는 출·퇴근을 기록하는 타임카드가 없다. 대신 점장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기록해 본사에 보고 한다. 맘만 먹으면 점장이 직원들의 근태 시간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직원 중에는 자신의 근무 시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롭스 한 직원은 “점장이 스케줄표를 짜주면 그대로 따라갈 뿐 출·퇴근시간을 따로 적거나 보고한 적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인턴 직원의 경우 인턴 기간 동안 평가를 대부분 점장이 하기 때문에 점장에게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롭스에는 근태를 기록하는 타임카드가 없어 매장 실적을 위해 점장이 근태시간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태윤 기자
롭스는 매월 15~30일 점장과 직원들의 합의로 다음 달 근무 스케줄을 정한다. 정해진 스케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본사에 연장 근무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턴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롭스 한 인턴 직원은 “초과근무 수당 신청과 관련한 내용을 회사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롭스 관계자는 “점장 교육 때 직원이 연장 근무를 하면 해당 시간을 기록해 인사팀에 전달하라고 설명한다”며 “다만 인턴 교육 때 초과근무 관련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건 사실이며 향후 인턴 교육 때는 이런 부분을 안내하고 근무 시간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롭스는 올리브영과 달리 전 매장이 직영점이다. 각 지점에 대한 본사 차원의 관리가 필요함에도 롭스는 점장 교육 강화 외에는 본사 차원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직영으로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매장마다 차이가 있다’는 식의 해명을 되풀이하기 일쑤다. 롭스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점장이 등록하는 내용으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근무 누락이 적발되면 내규에 따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H&B업계 2위 다툼 치열…“왓슨스, 게 섰거라” 롭스 공격 경영 CJ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H&B)업계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5년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사업부문의 매출은 7600억 원 수준으로 업계 2위로 알려진 왓슨스(1274억 원)보다 크게 앞서 있다. 롯데의 롭스는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2014년 말 30개에 불과했던 롭스 매장이 현재 87개로 늘어나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왓슨스도 매장을 104개에서 128개로 확장했으나 증가율에서 롭스에 미치지 못한다. 신세계그룹도 H&B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2년 자사 브랜드인 분스를 설립해 H&B시장에 진출했으나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신세계는 글로벌 유통기업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파트너십을 맺어 올 상반기 내 영국 1위 드러그스토어인 부츠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국내 H&B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2013년 매출은 5528억 원이었으나 2014년 6291억 원, 2015년 7604억 원으로 상승했다. 왓슨스 매출 역시 2013년 910억 원에서 2014년 1085억 원, 2015년 1274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3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본 올리브영과 달리 왓슨스는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롭스의 빠른 성장과 부츠의 등장으로 왓슨스는 업계 2위 자리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고 왓슨스의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어디가 업계 2위를 확실히 차지할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