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2m 길이 689m…하늘을 나는 협곡열차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곡테익 철교. 높이 102미터의 철교 위를 기차로 지나갈 때 아찔한 긴장감이 든다.
[일요신문] 얼마 전 독자로부터 미얀마 중부 곡테익(Gokteik) 철교를 소개해 달라는 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여행 마니아가 아니면 잘 모르는 곳입니다. 1900년 지을 당시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교였지만 지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킨주나 철교에 1위를 내주었습니다. 곡테익 철교는 높이가 102미터, 길이가 689미터입니다. 깊이 패인 협곡 위로 기차가 지나가며 아찔한 긴장을 선사합니다. 미얀마 기차는 흔들림이 심하고 덜컹거려서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기차가 더 느려서 대개 버스를 탑니다. 저는 만달레이 기차역 부근에 살고 있어서 이곳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기차역은 시내 중심가에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기차여행을 추천한다면 만달레이~삔우린~시뻐~라쇼 구간을 권하고 싶습니다. 새벽에 출발하면 저녁 먹을 시간에 도착하는 280km 여행입니다. 각 도시들은 저마다 빼어난 역사가 있어 볼거리가 있습니다. 이 길이 옛 ‘버마 로드(Burma Road)’였습니다.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입니다.
기차여행 도중에 만나는 꽃의 도시 삔우린.
라쇼는 버마 로드의 기점입니다. 라쇼에서 중국 쿤밍까지 1153Km의 도로를 말합니다. 1937년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중국 연안지방을 점령하자 연합군은 중국 국민당을 지원하기 위해 라쇼에서 시작하는 보급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길을 통해 물자를 공급했습니다. 험한 산맥에 지그재그로 길을 내었습니다. 지금은 라쇼에 공항이 있고 국경도시 무세로 택시가 다닙니다. 기차가 지루하다면 만달레이에서 라쇼까지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고 라쇼에서 버스를 이용해 천천히 시뻐, 삔우린을 여행하며 내려와도 좋습니다. 버스로도 곡테익 철교를 볼 수 있으니까요. 곡테익 철교가 지나는 곡테익 협곡은 버스로 통과하는 데만 30분이 걸립니다. 아주 깊었습니다. 구불구불 들어가 구불구불 기어나옵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트레일러들이 얼마나 많은지 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버마 로드에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들입니다. 그리고 그 밭으로 이어지는 노을입니다. 가도가도 옥수수와 노을이 비껴갑니다. 초록과 주황빛의.
미얀마 라쇼에서 중국 쿤밍을 연결한 ‘버마 로드’. 중일전쟁 당시의 모습.
여행의 기점이 되는 만달레이는 4개 도시에서 오는 국제선 직항이 있습니다. 방콕, 치앙마이, 싱가포르, 쿤밍 등. 지도로 보면 미얀마 중앙에 있으므로 천년의 유적지 바간(Bagan)도 가깝습니다. 더군다나 곡테익 철교도 볼 수 있습니다. 꽃의 도시 삔우린, 슬프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시뻐의 궁전, 개울 온천이 있는 라쇼. 이렇게 머나먼 버마 로드를 달리고, 중국 국경을 넘어서, 아름다운 쿤밍도 보지 않으시렵니까?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