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효과 제로·지지율 하락 비상…개인기 안 먹히자 ‘반문연대’ 채찍질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 대권 캠프인 일명 ‘마포팀’이 설 연휴가 시작되는 한 주 전에 주말 긴급 회의를 열었다. 1월 23일 KBS 대담과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앞서 관련 분야 학자, 전문가, 실무진이 총투입돼 ‘벼락치기 공부’도 병행됐지만 그와 별도로 일정팀은 기존의 스케줄을 모두 없애고 설 후 스케줄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21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났고, 24일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빼고 반 전 총장과 연대 가능한 여야 인사와 집약적으로 접촉한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설 후 스케줄이 당겨졌다. 왜 그랬을까.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선거 국면에서 여론조사는 모든 결정의 단초가 된다.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다. 후보 자신도 당락을 점칠 수 있는 모의고사로 본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로 경선을 대체하기까지 하지 않는가. 반 전 총장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이 여론조사 결과에 있었다고 한다.
반 전 총장 주변부와 캠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앞서의 ‘스케줄 리셋’은 ①귀국 전후 컨벤션 효과(빅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 제로 ②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③과도한 일정으로 체력 고갈 ④동선에서 표출되는 메시지 빈약 ⑤설(說)만 난무하는 정치보도로 취재진의 저항 등이 배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대 35%까지 봤던 컨벤션 효과가 25% 안팎에 그쳤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가 10%대로 추락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즉, 반 전 총장의 ‘원맨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캠프 관계자가 전한 이야기를 이랬다.
“KBS 대담에서 핵심은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외에 있었지만 한국 국내의 실상은 늘 관심 있게 지켜봤고 또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준비가 된 사람(대통령감)으로 10년의 경험을 녹여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론보도 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가언명령(이렇게 했으니 이럴 것이다)이 아니라 정언명령(절대적으로 이렇다) 조로 설득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 국민이 기대 반, 우려 반인 것이 여론조사 수치로 반영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자체 진단 이후 반 전 총장 행보를 보면 지금 그들이 얼마나 몸이 달아 있는지 알 수 있다. 김 전 위원장과 정 전 의장 측에 회동 의사를 타진한 것도 반기문 캠프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측과도 적극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자칫 지지율 하방경직화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전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펼치고, 연대할 수 있는 제 세력과의 회동을 도모한다는 사실상의 전시상황 체제인 셈이다.
이러한 조기 전시체제 가동의 목표는 지지율 회복에 있다. 사실상 반기문 캠프는 설 연휴 직후 첫 여론조사에 올인한 셈이다. 과거 다자대결에서 지지율 최고치였던 27%대를 넘고, 양자대결에서 40% 가까이의 수치를 경신해보자는 최대 목표치를 설정했다고 한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설 연휴의 밥상머리 전쟁에서 화두를 선점하고, 밥상여론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대명령에 대해 한 관계자는 “지지율 ‘플러스 10%’ 회복으로 문 전 대표의 턱밑까지 진입하자는 사실상의 ‘문재인 격추작전’”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이렇게 초반 스퍼트를 내는 데에는 소셜네트워크(SNS) 상의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진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반기문 캠프의 SNS팀은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하루치, 일주일치, 2주일치 등 SNS상의 노출과 언급, 즉 버즈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이 버즈에 드러난 부정적 언급이나 긍정적 노출을 심도 있게 분석하다보니 언론보도와는 별개로 ‘반기문 현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자체 진단했다는 것이다.
정치인에게는 ‘노이즈 마케팅’은 일종의 전략이며, 긍·부정적 버즈 또한 여론의 관심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버즈도 상당수로 전해진다. 지지율 회복의 단초가 이 SNS, 즉 2040세대에서 반 전 총장에게 일종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기문 파괴력’에 정치권의 제 세력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하면서 반 전 총장과 주변부의 전략이 먹혀들지는 말 그대로 반반이다. 우선 박지원 대표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이 만남을 피하거나, 만났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국민의당행에 대해 “우리는 문을 닫았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셔터를 확실히 내렸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권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텃밭이 된 호남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회동 자체를 부인했지만 반기문 캠프가 정확한 회동 일시를 공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문재인 세력과 박근혜 세력을 뺀 ‘패권 제3지대’ 조성에서 반 전 총장이 구심을 할 수 있겠느냐는 데 의문표가 붙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이 언론 대담과 관훈클럽 토론회를 준비하던 지난 주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새누리당 전 대표)이 전문가그룹을 반 전 총장에게 급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을 당시-김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 불출마선언했다-일명 ‘과외그룹’으로 통했다.
하지만 김 의원 역시 주말을 기점으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회복이 더디자 “성급한 행보 아니었냐”는 지적을 주변부로부터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캠프가 “김 의원이 많이 도와줘서 참 고맙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 주변부에서는 반 전 총장과 일단 거리를 좀 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바른정당은 1월 24일 창당대회를 통해 완전국민경선제를 공천제도로 채택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합류한다면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경선에 나서게 되는데, 조직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보니 여론조사경선으로 갈 확률이 크다. 반 전 총장이 제3지대 조성의 1단계로 “바른정당부터 접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10% 후반부에 랭크돼 있지만 유·남 두 주자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계별 제3지대 건설이 반 전 총장의 기획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시계제로 상태다.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등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데다, 반 전 총장 존재감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태다. 당장 반 전 총장을 돕자는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들이 탈당을 머뭇거리고 있다.
반기문 캠프 인사들과 접촉하다보면 하나같이 “내 이름은 빼 달라”고 주문한다. 보통 당선 가능성이 높은 캠프에서는 관계자들이 “보도에 내 이름을 써 달라”며 로비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논공행상’을 챙기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반기문 캠프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조차도 ‘반기문 현상’을 반신반의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이야기가 여의도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
바른정당은 개인당? ‘무대 사람’이 지도부 장악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한 새누리당 탈당파 중심의 ‘바른정당’이 1월 2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면서 공식 창당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식 탈당을 선언한 지 28일 만의 초고속 창당사를 썼다. 국회의원 32명의 원내4당(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으로 전국 11곳에 시도당을 설립하기도 했다. 정당사 최초의 교섭단체 창당이자, 늘푸른한국당보다 5개월이나 빠른 속도감 있는 창당이었다. 그리고 이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에서 당대표를 지냈고, 최순실 등 민간인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개인정당이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에서 투톱인 정병국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사실상 ‘정치적 아우들’이다. 둘은 지난해 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대표 주자로 나란히 출마했다가 주 원내대표로 단일화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의 등을 떠민 것도, 두 사람의 극적 단일화도 모두 김 의원의 손에서 이뤄졌다. 친박계와 비박계로 양분된 새누리당이 각 계파의 3명 대표로 ‘6인 협의체’를 만들었을 때에도 주 원내대표가 주자로 들어갔다. 탈당과 창당 과정에서 정 대표가 창당준비위원장 역할을 맡은 것까지 모두 김 의원의 ‘의중’이 반영됐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이뿐 아니다. 바른정당의 투톱을 뒷받침하거나 견제할 최고위원의 진용에서 김무성 색깔이 강하게 녹아 있다. 바른정당은 창당대회에서 김재경 홍문표 이혜훈 오세훈 최고위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들 가운데 홍 의원과 오 전 서울시장이 김 의원 몫이었다고 한다. 당초 홍 의원은 김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맡기기로 했다가 당내 이견이 표출하자 창당대회 전날인 23일 비공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정운천 의원을 호남 몫 최고위원에 앉히고 홍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하려 했는데, 그 의견에 반대한 쪽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충청 출신이라고 해서 충청 몫 최고위원을 남겨두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맞섰다고 전해진다. 선거를 앞두고 표가 되지 않는 호남보다는 바른정당 선택 가능성이 남아 있는 충청을 더 챙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오 전 시장은 김 의원이 반기문 캠프의 사실상 총사령탑으로 보내려다 언론 등에 공개돼 접은 카드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성 몫 최고위원 추대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잖았다. 새누리당을 극적으로 탈당한 박순자 의원도, 친김무성계인 이은재 의원도 최고위원 자리를 원했다. 하지만 유승민계로 꼽히는 이혜훈 의원이 탈당과 창당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반대했고 결국 이혜훈 의원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럼에도 바른정당 지도부에는 ‘김무성 사람’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창당대회에서 “우리 큰 형님(김무성)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를 한껏 추켜올리기도 했다. 결국 바른정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김무성 영향력’이 적잖게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의 마음을 잡는 대권 주자가 당 후보로 나갈 공산이 큰 것이다. 김 의원은 본인이 대선 도전 의사가 분명했을 당시 전국적으로 조직을 꾸리고, 전문가 그룹의 진용도 짜 놨다. 당 후보가 된다면 이런 김 의원의 자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이점도 적잖은 셈이다.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