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부회장] 2004년 주총 폭언 뒤늦게 승복

때가 때이니 만큼… ‘깨갱’

비자금 파문으로 이학수 부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요즘, 삼성의 양대 산맥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3년 전 일로 체면을 구겨 눈길을 끈다. 법원이 지난 2004년 주주총회장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등에 대해 의장이었던 윤 부회장의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것. 당시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소액주주들은 윤 부회장이 자신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회사 측 진행요원으로부터 물리적인 폭력을 당했다며 지난 2004년 4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윤 부회장과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1월까지 3년을 넘게 법정싸움을 벌였다. 법원이 결국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길었던 공방은 끝이 났다. 재판부는 윤 부회장과 삼성전자가 소액주주들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고 유감의 뜻을 표하라고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연봉이 200억 원이 넘는 윤 부회장과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에게 1000만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다. 윤 부회장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것은 ‘막말’에 가까운 그의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당시 윤 부회장은 소액주주들에게 ‘주식 몇 주나 가지고 있느냐’ ‘남의 주총에 와서 떠들지 마라’ ‘저 양반 정신병자 아냐?’ ‘고분고분 해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한 소액주주 발언권 자체를 봉쇄하기까지 했다.

2006년 8월 1심 재판부는 윤 부회장에게 135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했으나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를 했다. 지난 9월 2심 재판부가 강제조정을 권고했지만 삼성 측의 이의제기로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삼성이 이의제기를 철회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윤 부회장은 그룹이 비자금 파문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일로 ‘삼성’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특히 상대가 시민단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재판부에 이의제기까지 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 갑자기 한발 뺀 것을 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