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어? 외국에선…? 예산은 어떻게?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인천 GM대우 부평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
하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인은 공무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MB 스타일’이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내세우는 ‘현장성’, ‘구체성’, ‘탈 정치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을 이끌 ‘MB 스타일’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해보았다.
실용을 중시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27년간의 기업가 생활에서 생긴 태생적 산물이다. 그리고 군 출신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리더십은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이에 대해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과업 지향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과업 지향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복지나 인권보다도 조직의 효율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어떤 성과주의, 목표 중심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동경하고 그에게 ‘동질성’을 느끼는 발언을 많이 했다. 그는 지난 2006년 9월 “젊었을 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실제로 그는 현대건설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미지가 닮았다고 해서 ‘리틀 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래를 내다 본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데 철저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나의 리더십과) 유사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 2006년 10월 독일 운하를 둘러보는 자리에서 ‘박정희 식 선글라스’를 꼈는데 그것을 두고 ‘박정희 따라하기’라는 말들도 많았다.
두 사람의 유사한 리더십은 평소의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리틀 박’ 이명박 당선인의 ‘MB 스타일’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먼저 현장성. 그는 뻔한 브리핑이나 회의보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철저한 ‘현장 중심주의자’다. 이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를 불러서 묻기보다 현장 부서에 가서 묻고, 또 바로 거기서 결재하는 편이다. 결재는 생산의 과정이요 수단에 불과한데, 그것이 권위와 격식에 치우치면 안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 인수위 회의에 불시 참석하는 이 당선인은 항상 “페이퍼(서류작업)로만 하면 안 되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고 사무실에서 떠들어봐야 기업하는 사람들은 믿지도 않고 웃는다. 말로 하면 안 된다. 책임자가 현장에 들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 당선인이 전남 대불공단 전봇대 사례를 작심하고 언급한 것도 공무원들이 발로 현장을 뛰어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라는 메시지다.
이는 예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장방문’ 정치와 맥이 닿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헬기를 이용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꼼꼼하게 진척도를 살폈다.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를 만들 때도 박 전 대통령의 ‘불시 방문’ 때문에 관계자들이 늘 비상 근무를 서야만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낸 것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당선인의 대표공약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도 연결이 되는 대목이다. 또한 이 당선인은 현장성을 중시, 유럽과 낙동강 유역 물길 등을 몇 차례 직접 답사한 것도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구체성을 들 수 있다. 이 당선인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은 ‘대안 없이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토론 때 의견제시 없이 다른 사람 말에 맞장구치거나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는 사람에게 이 당선인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한자성어를 많이 섞는 사람, 거창한 담론에만 매몰된 사람, 다른 사람의 실적에 흠집을 내려는 사람 등은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구체성이 결여된 보고서는 즉시 퇴짜를 맞는다고 한다. 현재 당선인 비서실 내 정책기획팀에서 수합하는 인수위 관련 보고서는 50~60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측근들은 “당선인이 이 중 절반가량은 소관 부서로 되돌려보낸다”고 말한다. 인수위 외교분과 박진 간사는 이에 대해 “당선인에게 보고할 땐 해외사례와 예산, 그리고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챙겨가라는 얘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해?”, “돈은 어떻게 할 거야?”라고 꼭 물어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