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순실게이트 가운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등과 관련한 기업 모금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경제공동체’ 관계에서 취해진 사익추구 행위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두 번의 언론접촉에서 모두 ‘엮은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 사업이 어떻게 대통령을 공범으로 한 범죄 사업이 될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박 대통령은 이 사업에서 최 씨가 사리사욕을 추구한 것이 문제였고, 그 부분을 몰랐던 것이 자신의 불찰임을 인정하고는 있다.
연초의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산만해서 정서불안의 의문을 갖게 할 정도였으나, 두 번째 회견은 시종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 회견의 요점은 촛불 시위가 누군가에 의해 기획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정 씨의 유도 질문에 박 대통령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 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길게 설명한 거짓과 허구의 내용들은 대부분 언론의 과열 취재경쟁에서 비롯된 오보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언론이 반성해야 할 일이지만 탄핵의 곁가지일 뿐 본질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의 본질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다. 박 대통령이 사생활 관련 의혹에 대해 억울해 하는 얘기를 들으며 그가 탄핵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적거나 그 심각성을 너무 안일하게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태극기 시위대가 촛불 시위대를 수적으로 능가하는 경우도 있어 지지율이 다소 회복됐을 것으로 짐작은 되나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절대다수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
대통령직(Presidency)이 위대한 것은 천하의 인재를 골라서 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 앉아 최순실같이 탐욕스런 사람을 곁에 두어 국정을 농단케 했냐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면서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는 받겠다고 했다. 특검은 조만간 대통령 대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거부할 수도 있고 받더라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할 일은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고, 특검 수사에 불만이 있다면 헌재 변론에 출석해 보다 중립적인 재판관 앞에서 억울함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다. 자신에게 편한 사람만을 불러,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발언의 공정성을 믿어 줄 사람은 없다. 태극기 시위대에 보내는 독려의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폄하될 뿐이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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