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유니폼 준비 ‘부랴부랴’…구단 직원도 괴로워
30일간의 일정으로 스페인으로 떠났던 울산은 14일만에 돌아와야 했다. 사진=울산현대 제공.
[일요신문] 울산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경기가 지난 7일 열리며 2017년 국내 축구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울산은 홍콩 리그 소속의 킷치에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둬 조별리그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아시아 축구 변방인 홍콩팀을 상대로 보인 무기력한 경기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울산의 경기력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지만 전북 현대에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전북의 ACL 출전자격 박탈 징계로 울산이 갑작스레 대회에 합류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지난 1월 18일 전북의 ACL 출전자격을 박탈했다. 지난해 K리그에 휘몰아쳤던 ‘심판 매수’ 사건이 이유였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의 결정에 불복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지만 CAS는 결국 아시아축구연맹의 손을 들어줬고 전북의 ACL 참가가 무산됐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울산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것.
예정에 없던 경기를 치르게 된 울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울산이 어려움은 있겠지만 약체로 평가되는 상대에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울산은 1-1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까스로 조별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울산은 전술적, 체력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은 대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후반 들어 동점골을 내줬고 연장전까지 상대의 위협적인 역습에 휘둘렸다.
울산은 아시아축구연맹 출전관리기구(ECB)가 전북의 ACL 출전권을 박탈한 지난 1월 18일에서야 ACL 참가가 결정됐다. 경기를 치르기까지 고작 20여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울산은 당초 3월 4일 개막되는 K리그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더구나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도훈 감독이 새로 부임해 동계훈련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다.
울산은 이날 경기를 위해 해외 전지훈련도 조기에 마쳐야했다. 시즌을 대비해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10일까지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동계전지훈련 일정을 잡았다. 전지훈련 초기, 대회 참가 통보를 받고 일정의 절반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1월 28일 급히 국내로 귀국해야했다. 현지 일정 취소 위약금 등의 금전적 손해가 있었다. 현지에서 약속했던 다른나라 팀들과의 연습경기도 취소되며 울산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울산은 스페인으로 떠날 당시 유럽 명문 CSKA모스크바와 연습경기를 가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예정에 없던 경기를 치르며 선수단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들도 애를 먹었다. 홈경기가 새롭게 잡히며 비용이 추가됐고 3월 개장으로 예정됐던 그라운드도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태로 빠르게 되돌려야 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잔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급했다”며 “땅이 얼어있어 야간에는 보온 덮개 등을 덮기도 했지만 연습 도중 선수가 심하게 넘어지는 등 사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에서 선수들이 착용할 유니폼도 문제였다. ACL은 K리그와 달리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유니폼과 관련된 규정도 다르다. 선수 이름이 영문으로 표기돼야 하고 유니폼에 부착된 패치, 폰트, 글자 위치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구단에서는 급하게 용품 후원사에 ACL 전용 유니폼을 요청해야했고 홈 유니폼은 경기 이틀 전, 원정 유니폼은 경기 당일에서야 선수들에게 지급됐다. 골키퍼 유니폼은 수급이 되지 않아 지난해 유니폼으로 대체해야 했다. 구단 관계자는 “팀 후원 용품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국내 공장에서 유니폼을 만들지 못하고 수입해야 해 빠른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사정을 알고 배려해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바쁜 업무로 구단 직원들은 주말과 설 연휴에도 일손을 놓지 못했다.
반면 제주 유나이티드는 시즌 시작일이 뒤로 밀렸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제주는 전북이 빠진 자리에 들어가며 플레이오프가 아닌 조별리그로 직행하게 됐다. 일정이 앞당겨진 울산보다는 사정이 나을 수 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리그 내 다른 팀들이 혼란을 겪으며 전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전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자신들이 받은 징계에 대해 항소를 진행하며 또 지탄을 받았다. 전북의 항소가 받아들여졌다면 제주와 울산은 다시 일정 변경을 피할 수 없었기에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