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속살해 사건의 당사자인 동생 알렉스. | ||
데릭(14)과 알렉스 킹(13)이라는 이름의 이 형제의 죄목은 친부 살인 및 방화죄. 지난해 11월 잠자고 있던 아버지를 야구 방망이로 내리쳐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과연 소년들은 진정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407호 법정에서 ‘유죄’라는 외마디가 울려퍼지는 순간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던 열세 살 소년의 눈에선 커다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낙심한 듯 멍하니 앞을 바라본 채 옆에 서있던 또 한 명의 소년의 눈에서도 끝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곧이어 벌어진 동일 사건의 또 하나의 공판에서는 한 40대 남자가 ‘무죄’ 판결을 받고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의 이름은 리키 체비스(40). 킹 형제와 함께 테리 킹(40) 살인죄로 기소됐던 또 한 명의 용의자였다. 동일 사건이었지만 각각 다른 죄목으로 기소되었던 두 재판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 존속살해 사건의 당사자인 형 데릭 | ||
그러던 중 2000년 여름 무렵 이들 부자 앞에 동네 정비사로 일하고 있던 체비스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그저 정다운 이웃처럼 보였지만 실체는 완전히 달랐다. 각각 두 차례의 절도 및 미성년자 성범죄라는 전과 기록을 갖고 있던 흉악범이었던 것. 먹이를 놓칠세라 그는 급기야 당시 열한 살이었던 미소년 알렉스를 꼬드겨 성적인 접촉을 갖고야 말았다.
알렉스는 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리키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은 참으로 암담했죠. 하지만 아저씨를 만나고부터는 인생의 목표가 확실해졌어요. 바로 아저씨의 애인이 되는 것이죠. 전 게이랍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양부모 밑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큰 아들 데릭이 집으로 돌아왔다. 데릭 역시 체비스의 이간질에 넘어가 점차 아버지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체비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아버지를 적대시하던 이들 형제가 급기야 일을 저지른 것이 지난해 11월.
▲ 킹 형제와 함께 기소됐던 용의자 리키 체비스 | ||
“아저씨가 저희더러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하라고 시켰어요. 정당방위로 쉽게 풀려날 거라는 말도 했어요.” 또한 자신들은 단지 현관문을 열어주고 체비스가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담당검사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 것은 데릭이 맞지만 살인을 교사한 것은 체비스라는 가정 하에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시켰다. 그러나 결국 체비스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그리고 두 형제는 2급 살인 및 방화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말았다.
플로리다주는 미성년자의 범죄도 성인으로 간주, 처벌하고 있어 두 형제는 최소 22년형에서 최고 종신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불쌍한 어린이들이 교활한 어른에게 당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가족과 변호인측은 이미 항소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