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산 치즈피자 ‘꿈’ 눈앞에…
1712년 건축된 잉와 유적지 원까바. ‘미로’라는 뜻으로 꼭대기까지 오르는 비밀통로를 찾아야 올라간다.
[일요신문] 잉와(Innwa). 미얀마에 살며 가장 많이 찾아간 마을 이름입니다. 미얀마의 명소 우베인 다리와 가깝습니다. 갈 때마다 즐거운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았던 가난한 마을입니다. 때론 강물이 범람하여 마을이 황폐해지기도 합니다. 마차로 관광객을 싣고 다니는 한적한 농촌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찾을 때마다 점점 더 매력이 있습니다. 1364년부터 약 500년간 버마의 주요 왕조가 수도로 삼았지만 지진과 홍수로 거의 폐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옥수수밭 사이사이로 빛바랜 유적들이 남아 있어 화려했던 왕국이었음을 알게 합니다. 한번 와보고는 이곳을 많은 왕조들이 수도로 삼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적지 원까바 건축물 위에 올라가 주위 풍경을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게 됩니다. 원까바는 ‘미로’라는 뜻으로 건축물 지붕까지 오르려면 각 층의 비밀통로를 찾아야만 합니다. 1712년 샤니(Sanyi) 왕이 건축을 시작한 유적지로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퍼즐처럼 통로를 한참 찾아 위에 오르니 드넓은 초지와 강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 아름다운 옛 왕국의 영화가 넘쳤습니다. 잉와는 두 개의 강이 흐릅니다.
잉와 마을 주민들이 숙성된 치즈를 만들고 현장실습으로 피자도 만들었다.
미얀마의 젖줄 이라와디강(Irrawady River)과 조용하고 가느다란 밍네강(Myitnge River)입니다. 물이 풍부하여 초지가 많고 목축지로 좋아 우유가 많이 생산됩니다. 이렇게 자연환경이 좋은 이 마을을 갈 때마다 왜 이렇게 가난과 홍수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음에 닿은 것이 바로 ‘치즈공방’입니다. 이 나라는 치즈를 생산하지 못하고 전량 수입을 합니다. 그래서 너무 비싸 피자 같은 식품가공 제품들이 대중화되질 못합니다. 비싼 외화를 허비하는 셈입니다. 목축을 많이 하고 우유가 싼 이 지역은 치즈생산지로 적합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전문가들과 시작한 것이 ‘잉와치즈’입니다.
잉와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적지 ‘메누의 집’.
잉와는 ‘호수의 입구’라는 뜻입니다. 마을에는 마차들이 유유히 돌아다닙니다. 1818년 지은 메누 하우스도 있습니다. 바지도왕의 부인인 메누가 지은 집입니다. 메누는 영리한 왕비였지만 탐욕의 늪에서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그녀의 앞에서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궁 앞에는 미국 최초의 선교사 저드슨이 갇혔던 감옥터가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증언으로 그 터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옛날을 되살리듯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티크나무 기둥으로 지은 바가야 사원, 점점 기울어지는 워치 타워를 보며 화려했던 잉와 왕국의 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무너진 잉와왕국에서 주민들은 새로운 꿈을 꿉니다. 서로 마음을 합하여 희망을 만들어갑니다. 목축, 우유를 기반으로 치즈로 이어지는 소망입니다. 옛 잉와왕국의 원까바 미로에서 길을 찾아 꼭대기에 오릅니다. 타는 노을 속에서 저는 왜 치즈를 명상하고 있을까, 자문해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