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일반노조 “5개 지역협의회 두고 노조 설립 주동자 미행”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일요신문 DB
지난해 12월 29일 대법원 2부는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노조)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조 부지회장의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던 조 부지회장은 2011년 7월 복수노조제 시행에 따라 신규 노조를 설립했다. 삼성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회사 임직원 43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외부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조 부지회장을 해고했다. 조 부지회장은 노조 활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며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판결에서 중점이 된 증거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이다. 이 문건은 2013년 10월 1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으로 ▲노조의 조기 와해 시도 ▲신규노조 내부분열 유도 ▲비상상황실 확대 보강 ▲내부 동요 방지 및 문제인력 동조 차단 등 노조에 대한 대응방안이 포함돼 있다. 심 의원은 문건을 입수한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문건이 공개된 날 삼성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6일 후인 20일, 삼성은 “해당 자료 전체를 받아 검토한 결과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삼성에서 만든 문서라면 제목에 S그룹이라고 쓸 리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법원은 삼성이 작성했다고 보고 문건의 진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삼성그룹이 밝힌 입장 번복의 근거들은 삼성그룹이 문건을 접한 초기부터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는 점 및 그 입장 번복의 시기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며 “(문건에 나온) 내부적 사정은 삼성그룹 내의 노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의 공식 판결을 참고하라”며 말을 아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에서는 지역협의회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미전실의 비밀조직이라고 보고 있다. 문건에는 노조와 관련해 ‘비상상황발생시 기존 인사·홍보·법무 업무 외 지역협의회가 참여하는 ‘통합 컨트롤타워’로 확대하고 전략수립 및 언론·법원 대응’, ‘그룹은 2011년 7월 이후 매주 각 사업장과 화상회의 실시’라는 문구가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협의회는 미래전략실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며, 이런 조직을 통해 노조 감시를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성 계열사 해고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삼성일반노조는 지역협의회가 수원·충청·경북·울산·광주 5개 지역에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일반노조 관계자는 “지역협의회는 노조 설립을 하려는 노동자와 해고자들에 대한 미행·감시·위치추적 등을 한다”며 “지역협의회 소속 직원들은 지역마다 비밀 사무실을 두고 회사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으며 언론사, 경찰, 시청, 사법부 등을 순회해 접대한다”고 전했다.
2007년 김용철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은 “삼성에서 주요 노동자들에 대한 위치추적을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검찰은 “위치추적은 사실이지만 누가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삼성일반노조는 지역협의회가 위치추적을 했다고 주장한다.
조 부지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전직 지역협의회 소속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금지됐던 시절 지역협의회 직원들은 매일 구청과 시청에 찾아가 밥과 술을 사고 명절 때 정기적으로 선물을 보냈다”며 “담당 직원이나 상사들과 친해져 허위의 노조 설립 신고서를 비치해두도록 하고 노조 설립 신고서가 들어오면 선순위로 설립 신고가 됐다며 반려 처분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협의회의 구체적인 실체는 파악되지 않는다. 조 부지회장 재판 당시 울산 지역협의회 인사팀장으로 근무했다며 관련 내용을 증언한 전 삼성 직원은 “더 이상 삼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협의회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문건 등을 통해 지역협의회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최근에는 신문화팀이 노조 대응 역할을 이어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삼성은 일부 계열사에 노사업무를 담당하는 신문화팀을 두고 있다. 조 부지회장은 “언론에서 지역협의회를 추적하기도 하고 증언한 사람들도 오래전에 근무한 사람들이라 현재도 지역협의회가 활동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신문화팀은 미전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 상황 동향 및 직원들의 성향을 분류한다”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신문화팀은 노사 이슈가 발생하면 확인하고 조사하는 역할을 하지만 직원들을 감시하지는 않는다”며 “미전실 인사지원팀은 각 계열사 인사팀과 사장단 인사 같은 부분만 상의하고 신문화팀은 미전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지역협의회나 신문화팀에 대한 얘기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 미전실 해체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총수 구속되면 정말 기업이 어려워질까? 한화는 ‘뚝’ CJ는 ‘쑥’ 그때그때 달라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에 대해 일부 경제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총수가 구속되면 기업 경영에 큰 악영향을 끼쳐 결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매번 나온다. 실제로 총수 부재가 회사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2015년 8·15 특별사면을 통해 석방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영업이익은 2012년 4조 5971억 원, 2013년 3조 6211억 원, 2014년 2조 3688억 원으로 최 회장 구속 기간 동안 매년 하락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2년 8월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14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석방됐다. 이때 ㈜한화의 영업이익 역시 2012년 1조 2261억 원, 2013년 8637억 원, 2014년 5158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총수 부재가 반드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4년 2월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8·15 특별사면에 포함돼 풀려났다. 이 기간 CJ㈜의 영업이익은 2013년 7860억 원, 2014년 1조 31억 원, 2015년 1조 2253억 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가 부재하면 공격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쉽지 않으며 CJ도 외형적으로는 성장한 것 같지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당장 삼성에 큰 영향은 없어도 장기적으로 여러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