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 대표 170만 주 수증, 최대주주에 올라…회계 논란 뒤 급락한 주가 흐름 속 증여

이번 증여로 오너 일가 전체의 지배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515만 673주로 증여 전과 같고 합산 지분율도 26.37%를 유지했다.
정유석 대표는 일양약품 창업주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도언 전 회장의 장남이다. 2006년 일양약품에 입사한 뒤 재경과 해외사업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2011년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4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김동연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2025년 11월에는 단독대표로 전환했다.
일양약품 주가는 회계처리 논란과 거래정지 여파로 장기간 약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중국 합자법인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순이익과 자기자본이 과대 계상됐다고 판단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진행하면서 일양약품 주식 거래를 약 6개월간 정지했다.
주식 거래는 올해 3월 재개됐지만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정지 전 1만 3050원이던 주가는 5월 1만 원 아래로 내려갔고 6월 하순에는 8000원 선도 무너졌다. 증여 계획이 공시된 지난 6월 30일 종가는 7870원으로 1년 전보다 47.85% 낮았다.
상장주식은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도 줄어든다. 증여재산가액은 증여일 당일 종가가 아니라 증여일 이전과 이후 각각 2개월 동안 공표된 종가의 평균을 토대로 평가한다.
증여가 이뤄진 지난 7월 30일 일양약품 종가는 8130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정 대표가 넘겨받은 170만 주의 가치는 약 138억 2100만 원이다. 여기에 최고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면 세액은 약 69억 원으로 추산된다. 주가가 급락하기 전 같은 수량의 주식을 증여했다면 세 부담이 120억~130억 원 수준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회사의 회계처리 문제로 거래가 중단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 증여에 나섰다는 점에서 ‘저가 승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석 대표는 지분 증여로 경영권과 지배력을 모두 강화한 가운데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양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도 82억 원에 달했다. 중국 현지 법인에서 회수한 배당금과 상표권 침해 손해배상금 등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늘었지만 본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정유석 대표는 중국 사업 재편과 백신 사업 확대,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국산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보유하고 있다. 차세대 위산분비억제제 신약과 백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배주주 일가가 현시점의 지분 가치를 저평가된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일양약품에 관련 내용을 질의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