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표심 노린 아이돌 노래 강세…“이재명 ‘에라 모르겠다’ 문재인 ‘오빠가 간다’ 강추”
석촌호수 벚꽃 스케치. 일요신문 DB
“벚꽃대선으로 <벚꽃엔딩>이 물망에 오를 것 같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나. 시기도 매우 적절하다.” 국회 한 보좌진의 말이다. 또 다른 보좌진은 “작년에 유행한 <백세시대>를 활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 비서관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침없는 모습과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OST인 <오빠가 간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문재인 간다’로 바꾸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로고송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각인시키고 공약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 유세 현장 분위기를 달구는 등의 극적 효과까지 일으킨다. 정치권에서 “잘 만든 로고송 하나 열 정책 안 부럽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선거 로고송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르는 단연 트로트다. 업계 전문가는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개사가 쉽고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에도 박상철의 <무조건>이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저작권협회)가 20대 국회의원 선거 로고송 저작권 승인 내역을 집계한 결과 박구윤 <뿐이고> 홍진영 <사랑의 배터리> 장윤정 <어머나> 오승근 <내 나이가 어때서> 박현빈 <빠라빠빠> 박상철 <빵빵> 등 주로 트로트 곡들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트로트뿐 아니라 일반 대중가요도 로고송 업계에서 강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앞서의 저작권협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엠넷 <프로듀스 101>의 주제곡인 <픽 미(Pick Me)>와 걸그룹 AOA의 <심쿵해> 등 아이돌 음악이 선거 로고송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픽 미>는 노래 가사에 “나를 뽑아줘”라는 내용이 담겨 있고 중독성이 강한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라는 점에서 로고송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인권 씨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사용해 감성 어린 호소를 한 후보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유세 현장. 일요신문 DB
로고송은 언제부터 선거 운동의 ‘잇템(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 됐을까.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베사메무초>를 직접 부른 뒤 대선 후보들은 로고송을 적극적으로 선거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는 2개 팀을 운영해 로고송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로고송을 사용하기 위해선 원곡 저작자로부터 인격권 동의를 얻은 뒤 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때문에 로고송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07년 원더걸스 <텔 미> 열풍이 불면서 대선 주자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원더걸스 측은 모두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작자와 후보의 성향이 로고송 사용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떤 작곡가 분들께선 특정 후보에겐 곡을 안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인기곡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천해 주지 않는다. 캠프 쪽에서 원하는 색과 작곡가와 후보의 성향에 따라서 곡을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고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대선 로고송으로 사용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신 씨 기일에 “요즘처럼 참담하고 무거운 상황일수록 그가 그립고 그의 노래가 그립다. 지난 대선 때 저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 <그대에게>를 줬다”면서 로고송에 얽힌 비화를 밝혔다. 수많은 출마자들이 신 씨의 노래를 선거에서 사용하고 싶어 했지만 문 전 대표에게 “이제 다시 희망을 찾아야 할 이 때 불리게 됐다”며 곡을 줬다고 알려졌다.
선거 로고송에 단순히 유행곡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로고송엔 후보의 이미지와 시대 또한 반영된다고 밝혔다. 선거송컴퍼니 관계자는 “과거엔 트로트를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엔 인기 대중가요를 사용하는 등 장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추세로 변했다. 특히 대선 땐 보통 5곡에서 10곡까지 선거 송을 만들게 되는데, 연령대 맞춤으로 로고송을 만들기 때문에 트로트에 편중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각 캠프에선 로고송과 관련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캠프 측에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의 선거송컴퍼니 관계자 또한 “한두 팀 정도 로고송 문의가 들어왔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로고송엔 해당 후보만의 색채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 연구소 대표는 “로고송은 노래를 듣고서 후보를 딱 떠올릴 수 있는 곡이 가장 좋다. 후보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음악과 ‘매칭’돼야 한다.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할 거야’라는 내용이 담겨야 하고 후보가 직접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