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허남식 전 부산시장 자택 압수수색 ‘맹탕’ 의혹 논란도
엘시티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관이 지난 10일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에 있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검찰은 최근 허 전 시장이 엘시티 금품비리에 연루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고, 이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먼저, 허 전 시장은 이번에 압수된 휴대전화 기기를 최근 갑자기 바꾼 것으로 알려지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고교 동기이자 최측근인 이 아무개(67) 씨가 체포된 지난해 12월 기기를 교체했다는 의혹으로 이미 한 매체가 이를 강도높게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허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허 전 시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측근이 엘시티 금품 비리 연루로 긴급체포된 날 기기를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통신사에 1년 동안의 통화기록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시장의 핵심 측근 이 씨는 허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해 왔던 고교 동문으로,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가량의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됐다. 이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허 전 시장이 자신의 엘시티 금품 비리 혐의와 연관성이 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허 전 시장 사정에 정통한 인사를 취재한 결과 “허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지역발전위원장으로 임명되던 시점에(6월경)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12월에 기기를 교체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검찰에서 압수 수색을 하며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휴대전화는 위원장 임명 때 교체해 1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이고 컴퓨터의 경우 허 시장이 컴퓨터를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컴맹인지라 사실상 압수된 물품들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
이어 그는 “이메일의 경우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의 메일 기록을 가져가려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산시가 3년 단위로 포맷하기 때문에 이전의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검찰이 수사 종료 압박에 과거 함바 비리 사건 등 여기저기 다 들춰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미 구속기소된 이영복 회장의 입에서 실질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 검찰 입장에선 속이 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0일 허 전 시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재임당시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영복 회장의 증언 외엔 이렇다할 핵심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허 시장의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물품과 관련해 공식 브리핑을 한 적이 없고, 계획도 미정이다.또한,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 이들에 대한 확인은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엘시티 비리 수사가 최순실 게이트만큼 파장이 커 수사경과 등에 조심스러운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수사 종결 시간내에 핵심인물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현재 엘시티 로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지검 임관혁 특수부장과 윤대진 2차장은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우병우 라인’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진 바 있다. 검찰 수사가 여러 의혹들에 비해 이미 한계에 부딪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