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안대희 ‘친이’ 김도연 이사진 참여…문재인 지지자들 비난 화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기대의원대회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참석하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란 뜻의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4400억 출연해 설립한 학술·정책 연구단체다. 이 전 지사가 부원장을 맡아 대외협력과 운영을 총괄한다. 이 전 지사는 안희정 지사와 함께 핵심 친노로 분류된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는 둘은 노 전 대통령 보좌진 출신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시재가 안희정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시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안 지사는 영 리더 자격으로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50대 신진 정치지도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은 것뿐이다. 안 지사는 여시재 멤버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안 지사 측도 “여시재가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충남도로 공문을 보냈다. 여시재 회원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여시재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이사진은 총 8명이다. 참여정부 출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유엔대사,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전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시재 관계자는 “조 회장이 4400억의 출연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연 액수를 확인해 줄 수 없다. 여시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조 회장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사등기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전원이 등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부총리가 조 명예회장을 공부모임에서 만났다. 그 인연으로 이사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도 조 명예회장과 평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여시재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성향이다. 안 전 대법관은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안 지사를 구속시켰다. ‘나라종금 퇴출 의혹’ 사건 수사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인물이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진박 간판을 달고 서울 마포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선 “친노 적통들이 안 전 대법관과 손을 잡다니. 신의를 버렸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MB계로 통하는 인사도 눈에 띈다. MB 정권 강압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친노계의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바로 이 지점을 꼬집고 있다. 김도연 전 과기부 장관은 MB정부 시절 자신의 모교에 특별교부금 지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180일 만에 경질됐다. 그는 MB가 출연한 재산으로 출범한 청계재단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광재 전 지사는 2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선 여야를 뛰어넘어 국가의 힘과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MB 쪽이면 어떤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안 지사와 여시재도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선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 구상의 기초가 여시재 인맥”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 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대연정론을 꺼내 논란을 촉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 인사들이 민간 연구소의 행사를 찾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안 지사가 지난해 여시재 행사를 찾은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여시재의 뜻도 오묘하다. 여당의 때를 기다리는 집인가. ‘좌희정, 우광재’와 여시재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시재와 이 전 지사 측은 “여시재 논란은 정치권의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여시재 관계자는 “약 1년 전에 이사진이 구성됐다. 시기상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예상해서 이사진을 구성할 수가 없다. 독립 민간 연구소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를 다룰 때 진보와 보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사는 “편 가르기와 진영 싸움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근본 원인이다. 여시재는 특정 정파와 관련된 단체가 아니다”고 보탰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