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뒤로 굽히는 훈련에 고통스러워하는 여자 어린이. | ||
지난달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끝난 2002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 즈음해서 ‘상하이 어린이 체육학교’를 찾은 <빌트>는 “그곳의 어린이들은 아무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한쪽 구석에서는 일곱 살 먹은 한 남자 어린이가 구슬땀을 흘리며 턱걸이 50개를 거뜬히 넘기고 있으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한 여자 어린이가 이를 악물고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벌써 수십 분 동안 스트레칭 자세를 유지하고 앉아 있다.
하지만 불평을 하거나 힘들다며 소리내어 우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른도 견디기 힘들 법한 고난도의 훈련을 묵묵히 따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정말 어린이들의 모습인지 믿기 어려울 뿐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어린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바로 일생일대 소원인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금메달은 이들에겐 부와 명예의 상징인 것은 물론이요, 사회적인 신분 또한 급상승할 수 있는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원대한 꿈을 품고 해마다 이 곳의 문턱을 넘는 어린이들은 1백50명. 모두 적게는 네 살에서 많게는 아홉 살 또래의 어린이들이다. 물론 이 어린이들이 모두 자의로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온 어린이들도 있으며, 트레이너가 직접 각지에서 발굴해서 데리고 온 어린이들도 다수 있다.
하루 세 시간 동안 이어지는 훈련은 보통 ‘1회의 채찍과 3개의 당근’이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즉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다그치다가도 “잘했다”라는 칭찬으로 위로를 해주는 방법이 그것. 이 학교의 트레이너 얀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세계최고는 꿈꿀 수 없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어린 자식을 일찌감치 떼어놓은 부모의 마음 역시 편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10년만 고생해서 세계 대회 1등이라도 먹으면 팔자가 펴질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꿈을 좇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뛰어다니고 있는 매니저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대도시보다는 시골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시골 어린이들이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도시 어린이들보다 혹독한 훈련 과정을 견디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어려운 형편에 식솔을 데려다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집은 없기 때문이다. 또 혹시라도 자식 덕을 봐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일종의 기대감 같은 것도 작용하게 마련이다.
이런 중국의 꿈나무 육성법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동 학대’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왕년의 독일 체조 스타 에베하르트 기엥어(51)는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고 강조한다. “훌륭한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서 조기 훈련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얼마나 나이에 알맞은 훈련을 실시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어린이가 얼마만큼 자발적으로 또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