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켐텍, 개막전서 디펜딩 챔피언 부광약품 3-0 대파…초반부터 이변 속출
이번 여자바둑리그에는 지난해 챔피언 서울 부광약품을 비롯해 포항 포스코켐텍, 경기 호반건설, 인제 하늘내린, 부안 곰소소금, 충남 SG골프, 서귀포 칠십리, 여수 거북선 등 8개 팀이 참가했다.
2017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지난 2월 16일 개막했다.
“리그의 인기와 흥행이 100% 실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유치원 아이들의 재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보다도 더 흥미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남성들에 비해 실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성 특유의 승부호흡과 예기치 않게 출현하는 이변들이 여류 프로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습니다.”
어느 팬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응원 문구처럼 여자바둑리그는 그녀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바둑팬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여자바둑리그를 일단 4강 2중 2약으로 진단한다. 지난해 우승팀 서울 부광약품을 비롯해 원년 우승팀 인제 하늘내린, 포항 포스코켐텍에 충남 SG골프의 전력이 다른 4팀의 전력에 비해 앞서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뒤를 경기 호반건설과 여수 거북선이 쫓고 있으며 최하위는 서귀포 칠십리와 부안 곰소소금이 다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 초미의 관심, 정규리그 1위를 잡아라
여자바둑리그는 상위 4개 팀이 3판 2선승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따라서 일단 4강 안에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하다.
겨우 2라운드를 보고 단정할 순 없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포스코켐텍의 전력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켐텍은 개막전에서 부광약품을 3-0으로 대파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맏언니 조혜연이 여자랭킹 1위 최정을 무너뜨렸고 비교적 무명인 강다정이 중국용병 쑹룽후이를 잡아준 게 컸다.
바둑리그 해설을 담당하는 박정상 9단은 “포스코켐텍의 주력인 김채영(한국랭킹 3위)-조혜연(한국랭킹 7위)-리허(중국랭킹 1위)는 어느 팀에 갖다놔도 1지명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사들”이라며 포스코켐텍의 선수 구성이 완벽함을 높이 평가했다.
2연패를 노리는 서울 부광탁스는 에이스 최정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뤘던 위즈잉의 부재가 못내 아쉽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위즈잉의 대체 용병으로 쑹룽후이를 영입했지만 아직 적응이 덜됐는지 2연패, 권효진 감독의 수심이 깊다. 다행히 3지명 김미리가 상승세라는 것이 위안거리다.
원년 우승에 이어 2016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인제 하늘내린은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다. 현미진 감독은 팀의 에이스 오유진을 비롯해 박태희, 이영주, 후지사와 리나(용병)를 연속 보호선수로 지명해 다시 한번 챔프 등극을 꿈꾸고 있다. 특히 주장 오유진이 지난해 궁륭산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여류국수전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상승세라는 것이 자랑이다.
한편 유력한 4강 후보 SG골프는 개막전부터 내리 2연패를 당해 비상이 걸렸다. SG골프는 과거 세계여자바둑계를 양분했던 박지은과 루이나이웨이가 한 팀이라는 것이 강점인데 올해는 신예들의 등쌀에 동반 주춤하는 모습이다. 박지은은 개막전부터 내리 2연패를 당했고, 2라운드에 긴급 투입된 용병 루이나이웨이도 여수 거북선 이민진에게 덜미를 잡혀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이들 두 여제의 컨디션 여하에 올 시즌 SG골프의 명운이 달려있다.
서귀포칠십리의 신예 조승아(왼쪽)가 여자바둑의 실세 오유진(인제 하늘내린)과 대결했다. 그러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 포스트시즌, 반드시 우리가 간다!
경기 호반건설, 여수거북선, 부안 곰소소금, 서귀포 칠십리는 일단 4강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5위를 기록했던 호반건설은 선수선발식에서 박지연, 김윤영, 권주리를 모두 다시 지명했다. “1지명 박지연이 초반 연패를 당해 지난해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박지연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박지연만 살아난다면 5할 승률은 문제없다”는 이다혜 감독의 예상이 들어맞을지 주목된다.
작년 막바지까지 4강을 다퉜던 여수 거북선은 올해도 김다영-이슬아-이민진으로 라인을 구축했다. 지난해 파격적으로 1순위로 지명된 김다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순천 바둑고 교사에서 여수 거북선 선수로 컴백한 이슬아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안 곰소소금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해 9승 5패를 기록했던 주장 김혜민이 건재하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조연급 선수로 일본의 떠오르는 별 뉴에이코를 영입해 전력보강에 힘썼다. 한편 올해 새로 보강된 주부선수 김은선은 첫 출전에서 중국랭킹 2위 리허를 잡아 김효정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서귀포 칠십리는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두 신참들로 교체, 팀 재건을 노린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이지현 감독은 주장 오정아의 뒤를 받칠 선수로 입단 1년 차의 조승아, 장혜령을 지명했다. 대만 용병 위리쥔도 98년생이어서 그야말로 참신한 신예부대다. 과연 이렇다 할 경력도 없고, 데이터도 없는 신예들을 선택한 이지현 감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서귀포 칠십리의 올 시즌 행보가 흥미롭다.
8개팀 더블리그(총 14라운드)로 열리는 정규리그는 매주 목요일~일요일, 총 56경기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펼쳐지며 일부 경기는 통합 라운드로 진행된다.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3판 2선승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2017 한국여자바둑리그의 대회 총 규모는 7억 8000만 원이며 우승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 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100만 원, 패자 30만 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책정돼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