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놓고 남은 불씨 커질까 꺼질까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을 상대로 신한금융이 제기한 혐의가 윗선의 지시를 따른 행동이었으며, 그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0만 원의 벌금형이 부과된 것은 경영자문료 관리 소홀 등의 책임에 대해 일부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신 전 사장은 경영자문료 15억 원을 횡령하고 438억 원의 부당대출을 해줬으며, 재일교포 주주에게 8억 6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핵심 쟁점이던 횡령·배임 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인정함에 따라 양측의 오랜 법정공방은 사실상 신 전 사장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신 전 사장과 신한금융 간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가 재임 시절 받은 막대한 금액의 스톡옵션을 인정해주느냐 여부가 남았기 때문이다.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 일요신문DB
금융권에 따르면 신 전 사장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2005~2008년 받은 것으로 23만 7678주다. 이 가운데 핵심은 2005년과 2006년의 스톡옵션 16만 3173주다. 신 전 사장은 당시 8만 주를 2만 8006원에, 8만 3173주를 3만 8829원에 각각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2007년 이후 받은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현재 신한지주의 주가보다 높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 현재 주당 4만 7000원가량인 신한금융의 주가를 고려하면 신 전 사장은 2005년과 2006년 받은 스톡옵션을 통해 2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마음대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신한지주 이사회가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전면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라응찬 신한지주 초대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영진 사이 갈등이 표면화됐던 때다.
신상훈 전 사장은 2010년 9월 ‘신한사태’로 신한금융이사회에서 직무정지를 당한 바 있다. 일요신문DB
반면 신한금융은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요 혐의는 무죄가 인정됐지만, 일부 혐의는 벌금형이 확정돼 판단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완전 무죄가 아닌 신 전 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경우 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배임죄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 전 사장에게 최종적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만큼 이사회가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스톡옵션을 허용하면 배임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벌금형을 근거로 스톡옵션 행사를 못하게 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스톡옵션 보류가 취소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사태’를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 라 전 회장은 2011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로 인해 스톡옵션 보류 결정이 내려졌지만 신한지주 이사회는 “스톡옵션을 보류할 정도로 회사에 중대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며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의 보류 결정을 취소한 바 있다. 따라서 신 전 사장 역시 비슷한 잣대로 평가해야 또 다른 ‘뒤탈’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신한금융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도 신한사태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는 의미에서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신한사태는 신한금융 경영진의 교체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숨은 불씨로 작용해온 만큼 이제는 이를 완전히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신 전 사장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을 것”이라며 “돈도 돈이지만 그가 줄곧 주장해온 것이 명예회복이니만큼 이를 충족시켜준다면 원만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 전·현직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문제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보상위원회가 담당한다. 현재 보상위원회는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 박철 전 리딩투자증권 회장이 맡고 있다. 다만 3월 말 조용병 신임 신한금융 회장 취임하는 만큼 이후에는 이사회가 새롭게 꾸려진다. 따라서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문제는 차기 보상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복 언론인
신한금융 판결에 우리은행 안도 왜? ‘신상훈 사외이사 자격 이상 무’ 신상훈 전 사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벌금형으로 끝나자 우리은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쟁사 소송 결과에 우리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는 신 전 사장이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 전 사장이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았다면 자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집행유예도 포함)이 끝나거나 면제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금융사 임원(사외이사 포함) 자격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관계법령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의 벌금형은 금융관계법령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미 2심 판결 후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사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도 받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실형을 받으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이번 판결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사전에 법무팀과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소액주주 등이 도덕적 흠결 등을 문제 삼을 소지가 있는 만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