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 경제는 심각한 대내외 위험을 겪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안에 2~3번 추가로 올릴 계획이다. 그러자 우리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총 1344조원 규모로 가구당 평균 7000만 원이 넘는다. 매달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만 빼도 부채상환이 어려운 한계가구가 200만 가구로 전체 부채보유가구의 20%에 육박한다. 기업의 부실도 심각하다. 상장기업 1800여 곳 중에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12.7%나 된다.
향후 국내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이 동반부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FTA 재협상 등의 압박을 가하고 중국이 사드보복을 본격화하여 경제가 사면초가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계속하여 안보도 불안하다.
앞으로 대선기간 두 달이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 대외 경제위험의 해소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대 한 미 무역적자가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어 무역불균형이 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 협정체결 이후 미국의 우리나라 투자는 201억 달러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미국투자는 511억 달러나 된다.
한편 사드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순수방어용이다. 더구나 중국은 우리나라 제1 수출국인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제1 수입국이다. 특히 중국이 수입하는 우리나라 제품은 중간재와 원자재가 95%나 된다. 중국경제와 한국경제는 상호보완의 정도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정부는 강력한 경제외교를 서둘러 상호파괴적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보복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한미 및 한중의 경제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실로 중요한 것은 정경유착 척결과 산업구조 개혁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유발한 국정농단의 뿌리가 정경유착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정경유착은 정치와 경제를 동시에 망치는 악의 축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대기업들이 주력산업을 안고 무너지는 구조적 붕괴위기에 처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발전체제를 만드는 개혁과 정책의 경쟁선거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간에 사회갈등이 폭발하면 큰일이다. 그러면 선거는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고 나라는 두 동강이 난다. 자연히 국정은 혼란에 빠지고 경제는 대내외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 파국을 맞는다.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은 선거는 져도 국민을 위한다는 시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들도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진영논리를 탈피하여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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