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계 서석홍 박사 2005년부터 기술 빼돌려 북한에 전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한 뒤 국방과학·기술 책임자로 추정되는 관계자를 등에 업고 있는 사진을 조선중앙TV가 19일 내보냈다. 김정은의 등에 업힌 이 관계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은은 시험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국방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얼싸안거나 등에 업는 것으로 그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9일, <노동신문>을 통해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3월 18일 진행된 시험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참관했다. 현장에서는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직접 보좌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실험에 대해 “로켓공업발전에서 대 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라며 소위 ‘3·18혁명’이라고까지 치켜세웠다.
이번 시험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엔진 분출시험과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북한은 기존의 엔진(일명 ‘노동 혹은 광명성 엔진’)보다 추진력이 3배나 향상된 80tf(톤포스·80톤의 추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로켓엔진의 화염은 지난해 9월의 것과 비교해 한층 짙어졌다. 여기에 발사체의 자세를 제어해 줄 보조엔진 세 개(다만 우리 국방부는 공개 사진 사각에 한 개의 보조엔진이 더 장착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이번에 공개된 로켓엔진에는 네 개의 보조엔진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눈에 띄었다.
우리 국방부는 20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엔진 추력과 향후 활용 가능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시험으로 엔진 성능이 의미 있는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해외 몇몇 전문가들은 여전히 확인해 볼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에 이번 신형 출력 로켓엔진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ICBM의 1단계 추진체로서 활용할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즉 국내외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자면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은 과거의 것과 비교해 한층 발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의 자체적인 고출력 로켓엔진 개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과정은 철저한 보안 탓에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필자는 최근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북한 내 인사와 관련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엔진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사로 서석홍 박사(84)가 언급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서 박사는 현재 조선과학기술자협의회 주요 멤버이다. 그는 특히 2사이클 엔진 연구 분야에 있어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내에서는 ‘조선의 폰 브라운(독일 출신의 세계적 미사일 전문가로 V2미사일의 설계자)’이라 칭해질 정도다.
핵심은 서 박사가 북한 출신 과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다. 주요 활동무대는 북한이 아닌 일본이었다. 게다가 그는 도쿄대 공과대학 소속 생산기술연구소(생산연) 출신의 인재다. 생산기술연구소는 우주항공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특히 서 박사가 몸 담았던 엔진공학부분은 더더욱 그렇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 연합뉴스
서 박사는 생산기술연구소 인재로서 조총련계 과학자들을 포함해 일본 내부 연구원 인맥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생산기술연구소 자체가 국제적 커넥션이 상당한 곳이기에 미국 등 해외 연구원들과도 교류가 다분했다. 또한 그는 초빙 연구원 자격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잠시 몸을 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 박사는 지난 2007년 일본 현지 경찰로부터 무허가 인력파견업체를 설립해 운영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국내 언론도 관심 있게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본 경찰은 서 박사가 이 무허가 업체를 통해 일본 현지 기술들을 탈취했던 것으로 의심했다. 즉 업체를 통해 일본 연구소 및 기업에 조총련계 고급인력들을 파견 보내고, 이들은 서 박사의 지령을 받아 기밀자료를 빼오는 식이다. 이 때부터 일본 정부는 서 박사가 자국의 미사일 기술(특히 엔진 기술)을 빼돌리는 창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심히 지켜봤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박사는 실제 2005년부터 자신의 인맥과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유통되는 관련 기술들을 북한에 넘겼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북한의 발사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특히 서 박사는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와 이번에 공개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로켓엔진 구동 소프트웨어 기술 등 기밀자료를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설적이지만, 북한의 고출력 엔진기술 개발에 일본 및 미국의 주요 기술이 흘러들어갔음은 확실하다. 북한은 서 박사를 비롯한 서방세계, 특히 조총련 계열 인재들을 자국의 기술개발에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엔진 생산한 ‘118호’ 공장은? 모든 미사일 관장하는 4총국 지휘받아 평남 개천군 가감리에 위치한 118호 공장의 위성사진. 출처=구글맵 118호 공장은 이전 광명성(혹은 노동) 1단에 장착되는 27톤급 엔진을 생산했던 곳이며 지난해 9월과 이번에 공개된 80톤급 신형 엔진도 생산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엔진 측과 엔진 틀은 남포직할시 강서구역에 있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된다. 118호 공장은 북한의 모든 미사일 생산을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제4총국에 속한다. 4총국은 엔진을 생산하는 118호 공장 외에도 지대공 미사일을 생산하는 26호 공장, 301호 공장, 5000~6000km급 미사일을 생산하는 92호 공장과 125호 공장 등을 두고 있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