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노’ 뜰날 기다렸다
▲ 한명숙(왼쪽), 이해찬. | ||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를 이끌어 온 핵심 주역이었던 친노그룹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과 4·9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친노그룹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총선에 불출마했고 한명숙 신기남 유인태 유시민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은 고배를 마셨다. 17대 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은 물론 통합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노그룹’이란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정치적 시련기에 직면한 친노그룹이 최근 재기를 위한 용틀임을 시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를 겨냥한 현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현실로 미루어 보아 친노그룹의 정치 재개 행보 또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역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은 4월 29일 이 전 총리가 주도한 연구재단 ‘광장’ 개소식에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이튿날(30일)에도 한명숙 전 총리가 주재한 오찬회동에 20여 명이 참석해 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전 총리의 경우 ‘광장’을 매개로 친노세력의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친노그룹은 민주당 내 입지가 크게 약화되긴 했지만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의 재결집을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결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4·9 총선에 출마한 참여정부와 청와대 출신 참모들과 일부 수석·비서관 30여 명도 4월 30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친노그룹의 활발한 움직임과 맞물려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을 경남 봉하마을로 직접 내려가 만남을 가진 배경에도 비상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7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는데 두 사람의 공개적 만남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처음이다. 두 사람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친노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친노 부활’ ‘다시 뭉치자’ 등의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진짜 이유와 두 사람 간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다만 ‘소고기 파동’을 둘러싼 논란 등 정치현안과 친노그룹의 향후 진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권을 겨냥한 현 정부의 고강도 사정 플랜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뭉쳐야 산다”는 위기감이 친노그룹의 활동 재개를 촉발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사실도 친노그룹 부활 플랜을 부추기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