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잡힌 소심한 도둑 사이토 겐이치로(왼쪽). | ||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사이토. 그가 몰래 사무실에 들어간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경비회사의 연락을 받고 지토세경찰서 경관들이 출동했다. 이를 보고 당황한 사이토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이 소심한 사내는 두려운 마음에 그만 괄약근 조절에 실패하고 바지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큰 것으로. 결국 사이토는 아무것도 훔치지 못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면서 큰일을 본 꼴이 되고 말았다.
그의 불운은 회사에 침입 후 배가 아프기 시작한 데서부터 이미 예고되었다. 하지만 이 건물에 처음 들어가본 사이토로서는 계단 옆에 있는 간이화장실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의 갑작스런 설사는 ‘초보자’로서의 스트레스 때문.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계단을 뛰어 오르는 경찰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사이토는 극심한 공포심에 휩싸였고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기가 약한 데다 돌발적으로 생긴 스트레스가 사이토의 인생에 오점뿐만 아니라 ‘오물’마저 남기게 된 것이다.
사이토는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차에 올랐다. 그러나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꽉 막힌 차내에서 역한 냄새가 점점 심해져 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옆에 앉았던 경찰은 사이토에게 휴지를 건네주며 냄새의 근원을 닦으라고 했다. 그래도 차 안에는 여전히 강렬한 냄새가 가실 줄 몰랐다. 때마침 이를 참지 못한 경찰이 창문을 3분의 1정도 여는 순간 사이토는 도주를 꿈꿨다.
그는 옆에 앉은 경찰에게 “코를 풀고 싶다”고 부탁한 뒤 코 푸는 시늉을 하면서 나머지 창문을 완전히 열어 제꼈다. 그리고 시속 50km로 주행중인 경찰차 창문에서 뛰어 내려 탈출했다. 수갑을 찬 상태에서 팬티와 바지에 대변을 묻힌 채 밤거리를 질주한 사이토. 근처에서 차를 훔쳐타고 약 40km 떨어진 삿포로의 집까지 돌아왔다.
증거가 될 대변이 묻은 옷을 갈아입은 사이토는 집에서 나와 인근 철공소에 침입해 공작기계로 수갑을 절단했다. 그가 다시 잡힌 곳은 하코다테 역에서 탄 열차 안. 사이토가 하코다테 출신이란 것에 착안한 수사관이 이미 역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25일 아침 8시20분경 깔끔한 회색 양복에 크림색 셔츠, 노란색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 차림의 사이토가 나타나 삿포로행 특급열차에 올랐다. 그러나 그도 옷차림은 바꿀 수 있었지만 손목에 남아있는 수갑자국은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4일간에 걸친 도주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두 번째 체포까지 이 정도로 긴 시간이 걸렸던 것은 사이토가 체포 당시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채 망신만 당한 ‘초보강도’ 사이토. 그는 지난 7월11일 건축물침입이란 죄목으로 기소당한 상태이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