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내폭형-우라늄 포신형 비교 가능성...결국 미국과 중국이 변수
2016년 3월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연합뉴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블로그 ‘38노스’는 3월 28일(현지 시각)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됐다”라며 “핵시험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38노스가 제시한 증거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영변의 핵연구단지의 위성사진이다.
38노스가 이번에 분석해 내놓은 상업용 위성사진 자료에 따르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 3~4대의 장비 운송차량 및 장비가 포착됐다. 특히 위성사진에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위해 필요한 통신 케이블 구축 작업을 위해 갱도의 물을 퍼내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위성사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지원단지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운집한 장면도 목격됐다. 이는 북한이 과거 풍계리에서 진행한 네 차례의 핵실험을 앞두고 반복됐던 움직임들이다.
38노스는 이와 관련해 “장비가 가설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잘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 역시 3월 3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군은 북한이 수뇌부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한다”고 전제하며 특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다른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여러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제6차 핵실험 감행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17일경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이와 관련한 주요 정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제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을 완료하고 약 3개월 뒤인 2016년 12월 경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을 통해 차기 핵실험 준비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정식 부부장은 당시 제2경제위원회 간부들을 대상으로 “핵무기의 소형화는 선대 수령들과 김정은의 소원”이라 전제하며 “소형화된 핵무기로 임의의 시각에 미국을 비롯한 지구상의 어떤 국가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차기 핵실험 준비를 지시했다.
또한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3월 17일 기준으로) 4월 초·중순경을 디데이로 하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여겨 볼 부분은 그 다음 대목이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제6차 핵실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과거와는 다르게 1차와 2차로 나누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두 실험은 핵폭발장치의 방식(크게 포신형과 내폭형이 있다. 포신형은 원통 속에 임계량의 분열물질을 둘로 나누어 넣고, 고폭 화약의 힘으로 임계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폭형은 분열물질을 중심에 두고, 그 주위를 감싼 폭약을 폭발시켜 임계상태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과 원료(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를 달리 진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 실험은 북한이 개발한 직격 80cm 이하 ‘플루토늄’ 소형 내폭형 핵폭발장치(Implosion-type)를 실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플루토늄’ 소형 내폭형 핵폭발장치를 대내외에 공개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소형 내폭형 장치는 핵탄두 소형화의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북한은 이미 이와 관련한 사전 실험(고폭 실험)을 100여 차례 이상에 걸쳐 진행했으며 차기 실험을 통해 실제 검증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두 번째 실험은 앞서의 방식과 원료를 달리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즉 우라늄을 이용한 포신형 핵폭발장치(Gun-type) 실험이다. 이는 북한이 결국 두 가지 타입의 실험을 통해 그 성능과 결과를 비교해보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합참본부가 앞서 예견한 ‘과거와 다른 방식 실험’이란 어쩌면 앞서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제시한 ‘투 트랙 실험’ 내지는 ‘플루토늄 소형 내폭형 핵폭발장치’의 검증 실험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는 분명 과거 북한의 핵실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실행 변수는 결국 미국과 중국으로 축약된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하지만 이 같은 핵실험 준비 과정과 일부 포착된 계획과 달리 최종적으로 김정은이 실제 핵실험 감행 사인을 내릴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문제다. 이른바 대북 강경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역시 큰 변수로 자리한다. 또한 북한 고위 실무대표단이 중국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접촉 결과가 핵실험 수준과 감행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리수용 국제담당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 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전부 부장 등 실제 대미·대남 외교라인을 담당하는 상대적 온건진영은 여전히 군부의 강경한 움직임보다는 ‘협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포착된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준비 정황과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