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숨은 키맨 최 변호사 주목…수백억 횡령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
검찰 안팎에선 원 회장 외에 이번 사건의 숨겨진 ‘키맨’으로 최 아무개 변호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실무자 김 씨와 최 변호사 간 자금이 오고간 정황을 포착하고 김 씨 등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DB
2016년 8월부터 검찰은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는 “홈캐스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심리분석 결과를 검찰에 통지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추적과 내부자 진술을 통해 점차 포위망을 좁혀갔다.
지난 2월 4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회사 대표와 임원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3월 7일에는 이번 사건의 ‘설계자’로 지목된 핵심 피의자 김 아무개 씨가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김 씨는 대기업 증권사 영업부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장외에서 금융사기 및 시세조종 등을 벌이며 ‘증권 브로커’로 암약했다. 이번 사건에서 김 씨는 소위 ‘쩐주’(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고 홈캐스트 주가를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해 부양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실무자’인 김 씨가 투자자인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과 공모해 홈캐스트 주가를 띄운 뒤 그에 따른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코스닥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원 회장은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로 수차례에 걸쳐 큰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원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원금 보장만 약속받고 투자를 했을 뿐 주가조작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원 회장 외에 이번 사건의 숨은 ‘키맨’으로 최 아무개 변호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실무자 김 씨와 최 변호사 간 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김 씨 등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홈캐스트 사건의 핵심 인물은 (원 회장이 아닌) 최 변호사”라고 말했다. 3월 30일 최 변호사가 운영 중인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수백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최 변호사는 김 씨 등을 통해 홈캐스트 외에 의약품 제조업체인 A 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B 사 등에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와 공모 여부가 확인되면 이들 종목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씨 등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최 변호사가 고위 법조계 인맥을 구축한 까닭에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앞서 최 변호사는 2015년 2월께 수백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았지만 사건 이첩 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재수사 끝에 2017년 1월 불구속기소됐다. 또 국세청은 최 변호사의 탈세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를 접수했음에도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사건이 ‘세팅’돼 있는 단계”라고만 했다.
황우석 박사가 대주주로 있는 의료회사 에이치바이온이 홈캐스트의 최대주주다. 일요신문 DB
윤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투자회사 카노히와 함께 홈캐스트 지분 약 4%를 소유한 2대 주주다. 황우석 박사가 대주주로 있는 의료회사 에이치바이온은 홈캐스트의 최대주주다. 두 회사는 나란히 이번 주가조작 의혹이 발생한 2014년 홈캐스트 유상증자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사들인 이후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홈캐스트는 공교롭게도 ‘면세품 판매업, 화장품 제조 및 유통업, 줄기세포 관련 사업’ 등 최순실 일가가 눈독을 들인 것으로 의심된 사업을 대거 사업목적에 포함시켰다.
또 윤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벤처기업 1호’이자 ‘수백억 원대 사기 투자’로 논란이 된 아이카이스트랩의 2대 주주기도 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직접 회사 제품을 시연해 화제가 됐던 아이카이스트에는 정윤회 씨의 친동생 정민회 씨가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홈캐스트는 최순실 일가 투자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을 지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최순실 일가 투자설이 불거진 배경에 홈캐스트 전 대주주인 장 아무개 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장 씨는 이번 사건에서 홈캐스트 대표의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양심선언’한 인물이며, 2012년부터 경영권을 놓고 기존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