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개인변기 이제 안녕~ 하루 두번 드라마 시청은 가능
새벽 4시 30분쯤 서울중앙지검을 출발한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4시 45분쯤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우선 입소절차를 거쳤다. 1차 신분증 확인과 2차 지문 확인으로 이뤄진 신원조회 절차를 거친 뒤 건강검진과 신체검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몸수색도 이뤄진다.
3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17.03.31.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목욕을 하고 수감복을 입는다. 동절기 미결수용자의 수의는 연두색으로 오른쪽 가슴에는 방 이름, 왼쪽에는 수인번호가 적힌 명찰이 붙어있다. 속옷 또한 교도소 지급품으로 갈아 입는다. 구치소 도착 당시의 옷과 소지품은 영치되고 현금은 영치금이 된다. 수감복을 입고 이름표를 들고 키 측정자 옆에 서서 수용기록부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머그샷’이다.
입소절차의 마지막은 교도소 물품 지급인데 운동화와 세면도구세트, 모포, 식기세트, 수건, 휴지 등을 받는다. 이렇게 입소절차가 끝나면 호칭도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수인번호 0000’이 되는 것.
# 특별사동 독방에서 지낼 듯
미결 수용자 신분으로 서울수치소에서 지내게 된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서 지내게 된다. 일반 독방은 6.56㎡(약 1.9평) 면적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11㎡(약 3.5평) 크기의 ‘특수 독방’에 수감됐던 바 있어 박 전 대통령 역시 일반 독방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독방에 수용될 수 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구치소는 1.04평 네 발짝 밖에 못 걷는 독방이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병원에 딸린 세 평 정도 되는 병사에 가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서울구치소에는 의무동 옆에 특별 사동이 있으며 그곳은 일반 독방보다 조금 더 넓은 독방이 있으며 국회의원이나 판사, 검사, 경찰 내지는 재벌 등 소위 ‘범털’이라 불리는 이들이 주로 수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부분 특혜로 볼 수도 있지만 교정당국은 일반 재소자들과의 격리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게 될 경우 운동도 별도로 하는 등 일반 재소자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게 된다.
임준선기자 =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 하고 있다.
독방 내부는 접이식 매트리스(담요 포함)와 관물대, 벽걸이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식사는 1식 4찬을 기준으로 한 끼 식대는 약 1400원 정도다. 온라인에선 법무부 교정본부 복지과에서 발표한 ‘수용자 부식물 차림표’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첫 아침 식사는 ‘식빵과 케첩, 치즈’, 스프, 야채샐러드, 두유 등이다. 식사가 끝나면 독방 내부 세면대에서 직접 설거지를 한 뒤 식기를 반납하게 된다.
의류와 침구 등은 구치소에서 무상 보급되고 영치금을 사용해 개인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빵과 과자 등 간식거리를 비롯해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 그리고 플라스틱 재질의 머리핀, 머리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영치금은 최대 하루 4만 원까지 쓸 수 있다. 참고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울구치소에서 약 5주 동안 113만 원의 영치금을 썼다. 다만 변기 시설 등 집기류는 반입이 불가능하다.
서울구치소 수용자의 기상 시간은 6시 30분, 취침 시간은 오후 9시로 계절에 따라 약간 조절될 수 있다. ‘수용자 일과시간표’에 의하면 6시 반에 일어나 50분까지 점검이 이뤄지고 그 때부터 8시까지 아침 식사 및 청소를 하게 된다. 점심은 11시 반, 저녁은 5시 반이다. 또한 일반접견은 하루에 한 번 10분으로 제한되지만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변호인과 동석하는 형태로 가족이나 측근을 만나는 특별접견을 할 수는 있다.
박정훈기자= 삼성동 박근혜 전대통령 저택으로 청와대 경호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TV 시청을 매우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한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오직 TV만 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자 그날 오후 서울 삼성동 자택에 KT 관계자들이 올레TV 셋톱박스와 전화선 등 통신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리고 12일 오전에는 TV가 들어갔다. 매스컴은 해당 TV가 LG전자의 42인치 벽걸이 TV ‘울트라 HD LED TV’라고 자세히 보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올레TV와 LG전자가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우수개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이제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구치소로 거처가 옮겨졌다. 이번에도 세인들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박 전 대통령의 TV 시청이다. 우선 TV는 22인치 벽걸이 LCD TV다. 42인치에서 22인치로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고 LED에서 LCD로 패널의 등급도 한 단계 낮춰졌다. 그나마 2012년까진 브라운관 TV였지만 디지털 방송 전환이 이뤄진 2012년을 즈음해 벽걸이 LCD TV로 교체됐다.
삼성동 자택에선 ‘올레TV’를 사용했던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선 ‘보라미 방송’을 이용하게 된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교화방송센터를 운영하며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에 통합방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보라미 방송’이다. 보라미 방송은 남자방송, 여성방송, 교육방송 등 3개 채널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이 가운데 한 개 채널만 사용하도록 고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라미 방송의 여성방송 채널만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라미 방송은 교화방송자문단이 건전하고 유익한 방송만 선별해서 제공한다. 과연 보라미 방송에선 어떤 프로그램들이 선별돼 방영되고 있을까.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대부분 교양 방송 프로그램이며 드라마는 일일 드라마와 미니 시리즈가 오전과 저녁에 방송되며 예능 프로그램은 <승승장구> 하나였다. 드라마를 즐겨 시청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의 취향과는 다소 맞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 위주의 편성이다.
요즘 기준에서 보면 보라미 방송의 편성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재소자들의 알권리 측면에서 평일 저녁 7시에 뉴스가 생방송되며 주말에는 8시에 뉴스가 생방송 된다. 또한 주말에는 영화도 한 편 편성된다.
보라미 방송은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오전 방송,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후 방송이 나오는 데, 이는 미결수용자와 미취업 수용자만 시청할 수 있다. 저녁 방송은 오후 5시 40분부터 8시 55분까지로 모든 수용자가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미결 수용자로 하루 6시간 45분 동안 TV를 시청할 수 있다. 주말에는 11시간 30분 동안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이 외에 라디오 청취도 가능한데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총 2시간 동안이다. 특히 정오에 편성된 라디오는 교화방송센터에서 직접 제작하는 라디오 교화방송이다.
# 교도소 특혜 논란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서울구치소 수감 미결 수용자의 일상을 바탕으로 본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지낼 지에 대한 이야기다. ‘범털 집합소’로 불리는 서울구치소가 일방 독방보다는 조금 더 큰 독방을 제공할 가능성은 감안했지만 그 외의 일상은 일반 수용자와 비슷하다고 봤다. 문제는 특혜 논란이다. 탄핵 인용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잃은 박 전 대통령은 유일한 예우였던 경호 지원 역시 서울구치소 도착과 함께 중단됐다. 이제 일반인일 뿐이지만 서울구치소에서도 어느 정도의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예우가 특혜 수준이냐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최순실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루 4만 원인 영치금 하루 사용 한도의 제한을 받지 않았으며 한 번에 1병으로 제한된 생수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었으며 구매목록 작성 과정에서도 편의를 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불거진 것. 또한 온수를 무제한 공급받고 식수로 샤워를 한다는 등이 관련 의혹이다. 서울구치소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벌써부터 박 전 대통령이 8평 규모의 특별 독방에 수용됐을 것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소문에는 특별 독방에 침대와 에어컨, 보라미 방송이 아닌 외부 유선 방송을 볼 수 있는 TV 등이 설치된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사실 이런 논란과 의혹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에도 일반 수용자들 사이에서 ‘방 3개를 터서 특별 독방을 만들고 거기에 보일러와 TV, 침대 등이 놓여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런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기사화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범털들의 ‘학교’ 생활] 이재용 적응력 짱! 조윤선 씀씀이 짱! 이른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주연들이 구치소 동기가 돼 한 자리에 모였다. ‘범털(사회적으로 높은 지위가 있는 수감자를 가리키는 죄수들의 은어)’ 집합소로 불리는 서울구치소에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됐고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먼저 수감된 상태다. 지난 1월 21일 나란히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모두 수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준필 기자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조사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들의 수감 생활을 보도했던 <월간중앙>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입소 직후부터 곡기를 끊고 귤만 먹으면서 체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교도관에게 5분 간격으로 시간을 묻는 등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면서 조 전 장관의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가 접견 시간 내내 함께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적응과는 별개로 수감 전과 마찬가지의 소비 생활을 보인 면이 드러나 화제가 됐다. 조 전 장관은 수감 직후부터 약 5주 동안 총 113만 원의 영치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사는데 사용한 금액이다. 구치소 내 생필품 구입은 1일 4만 원의 제한이 있으므로 하루에 2만~3만 원꼴로 사용한 셈이 된다.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감 전 호화 생활로 논란을 일으켜 왔던 조 전 장관이니만큼 “구치소에서도 돈이 되는 만큼 호사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서울구치소 내 최고령 수감자인 김 전 실장 역시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수감 초기부터 지속적인 건강 문제를 호소해 왔다. “심장에 혈관을 넓혀주는 튜브(스텐트) 7개를 박았다”고 밝혔던 김 전 실장은 심장 질환 진료를 위해 구치소 내 의무동 독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관리에 힘쓰라”는 주치의의 말에 따라 독방에서도 제자리걸음 등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준필 기자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조사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초기부터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두 범털들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의외의 적응력을 보였다. 수감 전에 비해 마음고생으로 살이 조금 빠졌을 뿐 구치소 생활은 순탄하다는 것이 구치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월간중앙>에 따르면 구치소 내 수감자들이 주변에서 그를 챙겨주고 있어 수월한 수감 생활이 되고 있다고 한다. ‘재벌’이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8일 이 부회장을 면회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부회장님이 식사를 잘 하고 계신다”라며 이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을 짤막하게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 등 국정농단 ‘범털’들이 제공받는 구치소 식단은 끼니당 1440원의 1식 4찬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