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수 팬사인회 등 불참 의사에 여론 부글…선수협 “경기 외 활동 보상 요구했을 뿐” 해명
메리트 논란이 지속되자 선수협 회장직에서 사퇴한 NC 이호준. 사진=NC 다이노스.
[일요신문]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복지’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개최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에서 선수들이 ‘메리트(승리수당)’ 제도 부활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이 구단이 메리트 부활 요구를 거부하면 팬사인회나 구단 홍보 영상 촬영 등의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선수들의 보이콧 선언이 알려지며 팬들 사이에선 “선수들이 팬을 볼모로 협상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구단이 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되던 보너스인 메리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폐지됐다. 메리트는 프로야구 초기부터 지속돼온 야구계 관행 가운데 하나였다. 구단에 따라 메리트 관련 규정과 금액은 각기 달랐다. KBO는 이를 공정한 경쟁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메리트를 지급하다 적발되면 제재금 10억 원을 내고 신인 2차지명 1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기로 한 것. 이에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관행처럼 내려오던 메리트를 지난해 일제히 없앴다.
메리트 관련 보도가 나오자 선수협에서는 이를 즉각 반박했다. 선수협 측은 “메리트 부활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경기 외적 활동에 대한 보상을 말한 것이다. 선수 복지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명에도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선수협은 지난 3월 30일 기자회견까지 열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호준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팬사인회, 보이콧이라는 단어는 회의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팬을 볼모로 구단과 협상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스컴은 각 구단 확인 취재를 거쳐 메리트에 대한 요구가 있었음을 밝혔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리그가 개막됐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프로야구지만 개막 3연전의 평균 관중은 지난해보다 16.3%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개막일에는 창원 구장만이 매진됐다. 창원 구장이 아니었다면 KBO리그는 18년 만에 ‘매진 없는 개막전’을 맞을 뻔했다. 관중 감소의 이유로는 궂은 날씨, 시즌 전 서울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부진이 지목됐지만 개막을 앞두고 벌어진 메리트 논란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도 나왔다.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메리트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개막 이후 첫 프로야구 휴식일인 지난 4월 3일에는 이호준 선수협 회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선수협 측은 이날 “이호준 회장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논란이 된 메리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선수협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선수협은 “이 회장은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야구팬과 관계자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WBC 대회 실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선수 입장만을 성급하게 내세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하며 야구팬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선수협 임시 이사회. 사진 제공 :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팬 여러분들께 상처를 줘 사과드린다. 사퇴로 모든 실수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이호준 회장이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호준 전 회장의 사퇴 이후 후임 회장과 관련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 김 사무총장은 “5월 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 같다. 선수협 정관에 따라 권한대행이 나설 수도 있고 선거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협은 이호준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던 3월 30일 개막을 앞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선수협은 보도자료에서 “개막을 맞이해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겠다. 최선의 경기력과 팬 서비스로 팬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프로야구선수로서 직업적, 사회적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며 “유소년야구클리닉,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공헌활동 등 공익사업을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선수협은 야구규약 개정을 주장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제도 개선으로는 FA등급제 실시, KBO연금 확대, 육성선수 보류제도 폐지, 군보류선수 경력인정, 최저연봉 현실화, 외국인선수 엔트리 재검토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와 선수들의 각오는 메리트 논란으로 인해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 또한 우리가 스스로 만든 일”이라며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메리트를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롯데 자이언츠는 이전 시즌과 다른 새로운 메리트 시스템을 도입했고 선수들이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해 6월 롯데의 부진이 메리트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지만 구단과 선수가 해명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지난해에는 삼성 라이온즈 팬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팬들은 “새로운 구장을 개장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할 시기에 팬사인회와 수훈 선수 인터뷰를 없앴다”며 “메리트가 사라진 뒤 팬 서비스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 팬은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선수단 단체 사인회는 한 번도 없었다. 배우 강소라만 사인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야구의 날을 맞아 이승엽과 구자욱의 사인회를 여는 등 이벤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은 지난 시즌 전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요일과 토요일 홈경기에는 경기 시작 전 1~2명의 선수가 팬사인회를 진행했고 경기 후엔 응원단상에 선수가 직접 올라와 인터뷰를 했다. 메리트가 폐지되자 중단된 이벤트에 대해 야구 관련 방송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팀 성적이 나빠서 그랬다”며 “선수들이 구단 활동을 보이콧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승리수당’ 다른 종목은? 4대 스포츠 중 야구 빼고 다 인정 승리수당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됐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축구에서는 승리, 득점, 출전 등에 대한 수당이 공식화돼 있다.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구체적인 승리수당이나 출전수당, 득점수당 액수가 정해진다.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 중 하나다. 해외의 경우에는 조항이 더욱 구체적이다. 국내보다 수당에 대한 항목이나 금액 차이가 더욱 다양하다. 부상을 달고 사는 이른바 ‘유리몸’으로 유명했던 잉글랜드 대표 출신 오언 하그리브스는 부상위험에 구단이 영입을 꺼리자 기본급에 비해 출전수당이 월등히 높은 기형적인 계약 형태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 규모를 불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축구는 승리수당에서도 남다른 규모를 자랑한다. 광저우 헝다, 장쑤 쑤닝 등 중국 슈퍼리그의 빅클럽들은 아시아 무대에서의 성적을 위해 경기마다 억대가 훌쩍 넘는 승리수당으로 ‘화끈한 베팅’을 즐긴다. 프로구단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에도 수당이 지급된다. 중국국가대표팀은 지난 3월 23일 대한민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서 승리해 약 5억 원의 승리 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통과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중국축구협회와 스폰서에서 지급되는 포상으로 약 150억 원의 수당이 예정돼 있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각종 수당뿐만 아니라 이번 프로야구에서 문제가 됐던 구단 행사에 대한 보수도 계약사항에 포함된다. 국내 축구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지역 병원 방문 등 공익 활동이 아닌 스폰서 관련 행사 등 수익성 구단 행사 참여에 대한 보수도 계약에 포함된다”며 “국내는 행사 관련 수당은 없다. 선배가 참여하면 후배들도 자연스레 따라서 참여하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프로농구도 승리수당을 인정한다. 단 팀당 제한 금액이 있다. KBL에서는 선수 보수 규정 제 5조에서 ‘구단은 정규리그에 한해 6000만 원 내에서 팀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를 지급하는 형태는 구단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WKBL은 수당의 한도를 샐러리캡의 30%까지로 한도를 제한했다. 연맹기록상, 주장수당 등은 30%에서 제외된다. 또한 수당은 샐러리캡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 여자농구의 팀당 연봉 샐러리캡은 12억 원이다. 프로배구도 다양한 형태의 승리수당이 존재한다. 승리하는 경기마다 지급되거나 감독 판단 하에 선수들에게 보너스 형태로 지급되기도 한다. 구기종목 외에 e스포츠에서도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승리수당은 예외가 없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서도 라이벌 팀 간의 대결이나 결승전 등 특별한 경기에서는 평소보다 2배가 많은 금액의 승리수당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