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영웅, 박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란 리본’ 달았다가 방산비리 ‘몸통’ 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뒤인 2014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 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하여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곧바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했고, 방산비리 수사에 1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뒤인 2014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방산·군납비리의 척결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황 전 총장을 통영함 납품 비리의 몸통으로 보고 그를 구속기소 했고, 언론은 세월호 참사 당시 논란이 된 바 있는 통영함 비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황 전 총장은 성능이 떨어지는 음파탐지기가 통영함에 장착되도록 관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세월호 구조에 통영함을 출동시키지 못했다는 책임까지 떠 안으며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결국 황 전 총장은 임기를 7개월 남기고 군복을 벗게 됐다. 지난 2011년 해적에게 피랍된 선원 21명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으로 ‘해군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황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황 전 총장의 무죄가 확정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세월호 7시간’이 재조명되자 황 전 총장에 대한 지지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황 전 총장의 무고한 퇴진이 알려지자 정부는 지난 1월 황 전 총장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하는 내용의 영예수여안을 처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황 전 총장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옥고를 겪게 한 뒤 훈장 하나로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검찰이 방산비리와 관련해 무리한 표적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황 전 총장은 재판 이후 중국에 머물렀으나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간 받은 상처로 인해 외부와 연락을 꺼리는 상황이다.
황 전 총장의 억울한 사연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과 함께 대중에 알려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당 일각에서 ‘황 전 총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통영함 출동을 두 차례 지시했으나 상부의 제지로 좌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22일 자신의 SNS에 “해군참모총장의 세월호 구조를 위한 통영함 출동을 막을 수 있는 자는? 그것도 두 차례나…왜 턱도 없는 죄목으로 그를 구속하고 파면했을까? 참 군인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님을 널리 알리고 위로해 줍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황 전 총장의 증인 채택 문제가 불거졌다.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야당 청문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통영함이 구조에 투입되지 못한 의혹을 규명할 핵심인물로 황 전 총장을 지목하고 그를 참고인으로 채택했으나 불발됐다.
당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통영함 출동 명령을 제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지시는 일절 없었다. 대통령께 보고할 감도 아니고 해군 참모 총장이 지시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황기철 전 해군총장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상황을 브리핑 하고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벌어진 갑론을박과는 달리 통영함이 세월호 구조에 투입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황 전 총장의 지인인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황 전 총장과 해군의 상황을 비롯해 통영함 비리 사건이 불거진 이후 황 전 총장이 석연치 않게 퇴진을 해야 했던 이유 등에 관해 언급했다.
이 사무국장은 ‘황 전 총장이 통영함 출동 지시를 두 차례 내렸으나 상부에서 거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황 전 총장은 출동하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 당시 통영함의 소유권은 해군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에 있었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이 통영함 출동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많은 다이버가 필요하고, 다이버들이 구조 활동을 다녀오면 감압챔버에서 감압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감압챔버가 있는 통영함에 ‘즉각 사고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라’는 준비 지시를 두 차례 내렸다. 말이 와전되면서 ‘출동지시를 두 번이나 내렸는데 상부에서 막았다’는 내용으로 보도가 나가게 됐으나, 공개된 공문을 보아도 출동 지시가 아닌 출동 준비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와 관련해 위에서 압박이 가해졌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는 구조와 관련해 구체적 세부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 다만 황 전 총장이 억울하게 비리에 연루돼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노란 리본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팽목항에 온다고 했을 때 참모진이 모두 노란 리본 착용을 말렸으나, 총장이 ‘유가족과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온다고 상황이 바뀌면 되겠느냐’며 본인 고집으로 노란 리본을 착용하다가 상부에 찍혔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황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브리핑하는 동안에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군령에 따르면 군복에는 규정된 약장이나 훈장 등을 제외하면 다른 부착물을 달 수 없으나, 그는 유가족과 아픔을 같이하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란 리본을 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은 직후 “모든 가용 전력을 동원해 구조 작전에 총력을 다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 사무국장은 통영함 비리 사건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로 몰리는 국민적 분노를 해군 등에 전가하기 위한 모종의 노림수가 투영돼 있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세월호 관련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우 전 수석이 통영함 비리로 여론의 눈을 돌리는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6일 다섯 달 만에 검찰에 세 번째로 소환됐다. 검찰은 세월호 수사 외압 등 우 전 수석의 10여 가지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해경 수사를 전담했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취지의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당시 수사팀 간부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인양된 세월호 진실게임 재조명에 유력 인사들 엇갈린 명암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 6일 첫 재판을 받았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시작은 영화 ‘다이빙벨’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나 상영 중단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이빙벨’은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을 투입해 구조 활동에 나서려 했으나 해경의 거부로 팽목항에서 철수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종인 대표는 당시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썼으며, 보수단체들은 이 대표와 이 기자, 손석희 jtbc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진도구 팽목항을 방문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세월호 미수습자의 사진첩을 주머니에서 꺼내 이름을 부르며 한장한장 넘기고 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뒤, 영화 ‘다이빙벨’을 중심으로 좌파 예술인에 대한 청와대 및 조윤선 전 장관 등의 탄압이 알려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은 지난해 12월 13일 tbs교통방송에서 방영돼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때 아닌 ‘쇼맨십’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세월호 인양 소식에 팽목항을 찾은 이 의원이 주머니에 간직한 세월호 미수습자 사진을 꺼내보며 이름을 불렀던 미담의 뒷이야기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 보좌진은 당시 한 매체의 기자에게 “장관님이 미수습자들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조금 이따 보여 달라고 하라”고 부탁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발을 하지 않고 수염을 기른 채 130여 일간 팽목항에 머물며 사고 수습에 나서 참사 초기 ‘문책 0순위 무능공직자’에서 ‘팽목항 지킴이’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정치적 쇼맨십’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뒤따랐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