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군공항 쪽에 있는 친구들은 우리 쪽 상황은 어떠냐고 전화하고, 우리는 또 그쪽은 어떠냐고 물어봐요. 후보지가 어디로 확정될지 모르니까 지금은 다들 붕 떠 있는지라. 계약이 된다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에요.”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팹(공장) 후보지로 광주를 콕 집으면서 광주 부동산 시장은 기대감에 들썩이면서도 관망세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광주 북구 첨단3지구는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진=김명선 기자지난 6월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 북구 첨단3지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 씨에게 최근 분위기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팹(공장) 후보지로 광주를 ‘콕’ 집으면서 광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기대감이 읽힌다. 첨단3지구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 B 씨도 “다들 궁금해서 문의 전화는 많이 온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중개가 이뤄진 건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첨단3지구 일대 분양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첨단3지구 대장주로 꼽히는 ‘힐스테이트 첨단센트럴’은 현재도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나 무피 매물이 있기는 하지만 10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여럿 나왔다. 첨단3지구 인근 공인중개사 C 씨는 “마피 매물은 많이 줄었다”며 “다만 부지 확정이 안 되다 보니 전주 대비 분양권 거래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첨단3지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광산구와 장성군에 걸쳐 조성되는 총면적 약 362만㎡ 규모의 복합도시다. 사진=김명선 기자첨단3지구를 향한 관심은 청약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6월 공급된 ‘호반써밋 첨단3지구 광주 A7블록’은 215가구를 모집하는 청약에 1699명이 몰려 평균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침체된 지방 분양시장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의 공인중개사 C 씨는 “곧 최초 청약 당첨자들이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기한이라 실제 계약률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신규 반도체 팹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첨단3지구는 광주 북구·광산구와 장성군에 걸쳐 조성되는 총면적 약 362만㎡ 규모의 복합도시다. 이날 방문한 첨단3지구는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로에는 대형 화물차가 잇따라 오갔다.
첨단3지구 1공구엔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특화 데이터센터인 국가 AI데이터센터와 AI 관련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첨단3지구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엔 광주과학기술원(GIST)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이 있다. GIST 부설 AI 영재고도 2027년 3월 개교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과 반도체 업계에서는 첨단3지구에 반도체 전공정 팹을 짓기엔 부지가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첨단3지구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엔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위치해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광주 광산구에 있는 군공항 부지도 반도체 팹 유력 후보지 중 하나다. 군공항 부지는 첨단3지구 부지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군공항(613만㎡)과 탄약고(78만㎡), 탄약고 안전지대(128만㎡)를 합치면 개발 가능한 부지 면적은 820만㎡에 달한다. 광주송정역, 상무지구 등 도심까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용연정수장과 가까워 용수를 끌어오기에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현재 민간공항도 같은 부지를 쓰고 있다.
군공항 부지의 경우 반도체 팹 개발 착수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광주 민간·군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30일 무안군수가 국방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군 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에 불참하면서 무안으로의 이전이 확정되지는 못했다. 광주는 민가와 인접한 광주공항 이전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선 이전과 전남광주특별시·정부의 1조 원 규모 지원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군공항 이전 부지도 반도체 팹 유력 후보지 중 하나다. 사진=김명선 기자군공항 인근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반도체 호재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공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D 씨는 “매수 문의가 특별히 늘지는 않았다. 집값이나 토지 가격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며 “공항 주변은 노후 주택이 많아 반도체 클러스터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첨단3지구 인근 장성 나노산업단지도 주목했다. 첨단3지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E 씨는 “나노2단지엔 주거지가 없고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 북광산 IC가 바로 옆에 연결되니 교통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외엔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 광주 광산과 함평에 걸쳐 조성된 빛그린산단 등도 후보지로 꼽힌다.
군공항 인근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반도체 호재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6월 30일 광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광주 집값 상승이나 미분양 해소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 1월 -0.01%, 2월 -0.06%, 3월 -0.14%, 4월 -0.28%, 5월 -0.61%로 하락폭이 커졌다. 올해 5월 기준 광주 미분양 주택은 1259가구로 서울(985가구)보다 약 28% 많았다.
실제 이날 광주 곳곳에서는 임대 딱지가 붙은 건물들이 다수 보였다. 광주의 한 택시기사는 “광주에는 기업이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B 씨는 “지방 부동산은 소위 죽어 나가는 분위기”라며 “인근에 부동산이 10개 있었는데 지금 문을 열고 있는 곳은 세 개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체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 호재는 통상 계획 발표, 착공, 완공 등 세 변곡점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며 “현재는 계획이 발표된 초기 단계인 만큼 부지가 구체화돼야 시장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팹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