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7~1780호 모니터링…정쟁 구도 중심 정치기사 차별성 부족, 학폭 대입 반영 보도 현실 날카롭게 포착

이번 6월 지방선거 후에 나온 정치 기사들의 내용과 구성이 다른 언론들과 차별화되지 못했다. 타 매체에서도 매일같이 쏟아지는 인물 중심의 정쟁 구도와 해석 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일요신문만의 색채가 다소 흐려진 느낌이다. 관성적인 정쟁 보도가 아닌,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정치 기사를 다음 지면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778호 ‘NJZ, 상표 등록 제동’ 기사는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사태를 촉발한 아티스트들의 행보와 엔터 비즈니스 생태계의 신뢰 문제라는 본질까지는 다뤘어야 했다고 본다. 기사는 지식재산처의 거절 이유를 단편적으로 나열하기만 했다.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그 인과관계를 해부하기보다 행정 처분의 표면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1778호 ‘비빌 언덕은 린저씨? 넷마블 신작 흥행 여부에 쏠리는 눈’ 기사는 대형 게임사 넷마블의 현주소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짚어내어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하이브 주식 매각이라는 일회성 자산 처분 효과를 걷어내고, 영업이익률 8.1%라는 실속 없는 대형사의 현실을 데이터로 드러낸 전반부 분석이 좋았다. 매출 82%가 지급수수료와 마케팅비로 빠져나가며 외형만 비대해진 상황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해 회사의 위기를 직시할 수 있었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의진(여·46·프리랜서)
1779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특집 기사들은 선거관리 시스템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심층적으로 다뤘고,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 깊었다.
1777호 사회면(34~35면)에 실린 해외 기사는 국내 뉴스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해외 이슈를 소개해 흥미롭게 읽었다. 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던 공중전화기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기사, 척박했던 내몽골 사막이 26년 전 한 미국인의 기부를 계기로 현재 5만여 그루의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기사는 작은 실천과 나눔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단순한 해외 토픽을 넘어 희망과 감동,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 점이 좋았다.
1778호 “거지맵·야장맵 보고 왔어요” 기사는 MZ 세대가 쓰는 신조어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소비문화와 언어문화를 함께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기사였다고 본다.
1777호부터 1780호까지 보면서 표지 구성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첫 독자위원으로서 일요신문을 접했을 때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헤드라인의 배치와 사진 및 색상의 조화가 한층 정돈되면서 주요 기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면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 느껴졌다.
#정유리(여·33·IT)
1780호 ‘호반그룹 삼성금거래소, 제2 제조공장 열었다’ 기사는 대기업 계열사의 신사업 확장을 다뤘지만, 내용은 동네 작업장 추가한 사실에 불과해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에서도 ‘대기업 공장처럼 큰 규모는 아니고 종로3가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규모 공장’이라고 스스로 짚었는데, 그렇다면 정작 독자가 궁금한 건 이 작은 사업 확장이 호반그룹 전체 그림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일 것이다. 기사는 그 답을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종로 금은방 골목에서 흔히 있을 작업장 마련을 두고 역대급 실적 이후의 사업 확장이나 ‘새로운 캐시카우의 탄생’으로 의미를 부여한 것은 과장된 해석으로 보인다. 또한 김윤혜 사장의 사내이사 취임이 이 사업 확장과 실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호하게 남았다. ‘단독’ 타이틀까지 붙여 한 면을 채울 기사였는지 의문이다.
1777호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④’ 기사는 28년 전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이면과 사법 체계의 맹점을 날카롭게 추적하여, 몰입감을 선사했다. 1998년 당시의 실제 수사 기록 사진, 현장감식 및 현장검증 사진, 피의자가 직접 그린 대면 상황 일러스트 등의 시각 자료가 흥미로웠다. 한 인간의 인생을 바꾼 사법 억압을 자극적 폭로가 아닌 치밀한 기록 분석으로 해부해 낸 웰메이드 보도였다.
1777호 ‘삼성전자 주주운동본부 대표 과거 행적 논란’ 기사는 단 10주의 주식을 쥔 채 대기업 노사 합의를 흔들려 했던 주주행동주의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기사가 개인사 추적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그가 제기했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의 주주총회 의결 필요성’이라는 제도적 쟁점이 함께 흐려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780호 ‘재산분할 합의 결국 무산된 최태원·노소영’ 기사는 재산분할 기준 시점에 따라 최 회장 보유 주식 가액이 2조 원대에서 9조 원대로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분할금 규모가 원심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고 그룹 재무 여건도 호전됐으니 지배구조 위험은 낮다”는 재계 관계자 멘트 하나로 결론을 내렸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변수들은 없었다.
현행 법리상 원칙은 항소심 변론 종결일이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6만 원이던 SK 주가가 80만 원이 된 주가 폭등이라는 사정 변경을 감안해 현재 시점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변수를 고려하면 결과의 편차는 수조 원 단위다. 그랬다면 ‘지배구조 위험이 낮다’는 결론이 얼마나 낙관적인 가정 위에 서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1778호 ‘최종 모의고사 수확’ 1779호 ‘체코전 역전승 복기’ 기사는 월드컵 직전까지 홍명보호를 향해 제기됐던 여러 비판들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칭찬 위주 내용이었다. 체코전 역전승에 대해 ‘달라진 감독’이라며 칭송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역대급 꿀조’라는 평가와 달리 승점 3점 획득에 그쳤고 32강에 실패했다. 축구협회를 어떻게 쇄신해야 하는지, 후속보도를 기대한다.
1780호 ‘신영증권 1조 원대 자사주 소각 안팎’ 기사는 ‘1조 원’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한 나머지 핵심 질문들은 비켜갔다. 신영증권이 보유한 전체 자사주 중 일부만 소각한 배경, 이사회 의장 원종석의 매매 타이밍 등이다. 단순한 정리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과 주주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사안들을 추적해서 보도하는 게 일요신문답다고 생각한다.
#김수자(여·47·생활지원사)
1779호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대기업 보낸다고 지역 발전 되지 않는다’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역 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모종린 교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이상적 담론에 함몰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요신문이 향후 보도와 컨퍼런스에서는 지방의 생생한 목소리와 현실성 있는 방안을 다뤄주길 기대한다.
제1779호 ‘디지털 디톡스 실천법’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한 훌륭한 기사였다.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를 쉬게 유도하고, 휴가철이라는 타이밍에 맞춰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안한 점이 돋보였다. 독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여준 기사라고 생각한다.
제1780호 ‘참교육보다 학생부 기록 피하기…학폭 대입 반영 강화의 그늘’ 기사는 교육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 보도였다. 학폭을 반성과 화해의 기회가 아닌 단순한 ‘입시 리스크’로 취급하는 세태와 이로 인해 비대해진 학폭 컨설팅 시장의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제도 강화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그늘을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좋았다.
정리=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