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버렐의 회고록이 다이애나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오른쪽은이를 대서특필한 영국 언론들. | ||
1997년 8월31일 새벽. ‘만인의 연인’이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연인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달리던 중 파리의 한 터널에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10개월 전. 이 같은 사고를 미리 내다 보고 있었다는 듯 다이애나는 버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한 통 전달했다.
“현재 내 인생은 가장 위험한 국면에 처해 있다. XX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자동차 사고 계획을 꾸미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 머리에 중상을 입히려 하고 있다. 이는 찰스의 재혼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훤히 내다본 듯한 다이애나의 이런 우려는 결국 불행히도 현실로 나타났다. 버렐은 책에서 이 편지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당시 다이애나는 당장이라도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다이애나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영국정보부 MI6의 한 관리로부터 ‘신변을 조심하라’란 경고를 받았다”고 밝힌 한 다이애나 측근의 주장 또한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익명의 이 측근은 “왕실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MI6의 몇몇 관리는 다이애나가 왕실을 파멸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언젠가 그녀를 제거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다이애나는 사망하기 수개월 전부터 늘 “항상 매사에 조심하십시오. 특히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란 주의를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다이애나는 결국 최측근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신변을 돌보던 경찰 경호원들까지 모두 해고했다. 그들 역시 영국 왕실이나 MI6의 끄나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서신을 적을 때에도 늘 비밀 암호를 섞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위는 다이애나의 친필편지, | ||
이 책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바로 파예드에 대한 다이애나의 진심이다. 버렐의 주장에 의하면 비록 다이애나가 파예드와 내연의 관계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 있던 파예드와 달리 다이애나는 파예드를 그저 지나가는 연인관계로만 생각했다. 이런 다이애나의 마음은 수차례에 걸친 버렐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사망하기 직전 파예드의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여행을 즐기던 다이애나는 버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파예드가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마도 다음엔 반지가 될 것 같은데, 반지를 받으면 어떻게 하지”라며 파예드에 대해 은근히 부담스러운 심경을 표현했다. 버렐의 주장에 의하면 다이애나의 마음 속에는 파예드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파예드를 만나기 직전 교제했던 파키스탄 출신의 심장 전문의 하스나트 칸이 바로 그 주인공. “다이애나와 칸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칸과 결혼하길 몹시 원했다”고 밝혔다. 불행히도 이 둘의 관계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다이애나는 한동안 이로 인한 상실감에 빠져 지냈다.
한편 영국 왕실은 회고록에 대해 일절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윌리엄과 해리 왕자 역시 버렐의 폭로에 대해 극도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