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집 더부살이, 배우 이전에 아이돌로 스타덤…쓰지와 이혼 후 친권 포기 아픔, 이후 2명의 뮤지션과 교제
#불우했던 소녀, 별이 되기까지
12월 6일 나카야마 미호가 돌연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NHK 보도에 의하면 “이날 나카야마는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소속사 관계자가 자택을 방문했고, 욕실에서 쓰러져 있던 나카야마를 발견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사망이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상도 없었기 때문에 당초 ‘사건성은 낮다’고 여겨졌다. 12월 8일 고인의 소속사는 “부검 결과 사건 관련성은 없다”며 “사인은 입욕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사망 추정 시간은 6일 새벽 3시부터 5시다. 아사히TV는 ‘열쇼크’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언급했다. 열쇼크란 추운 날 욕조에 들어가면 급격한 온도 변화 탓에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오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심한 피로와 음주, 수면 부족 등으로 목욕 중에 깊이 잠들어 익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나카야마는 1970년생으로 스타 아이돌 출신 배우다. 중학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어릴 적에는 고생도 많았다.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3세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 여동생과 도쿄로 상경했다. 어린 두 자녀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어린 나카야마는 친척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자랐다.
생전 인터뷰에서 나카야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연예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고 말했다. 1985년 싱글 ‘C’로 데뷔했고, ‘미포린’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청초한 매력이 대중을 사로잡아 내놓는 음반마다 히트를 쳤다. 1980년대 후반에는 아사카 유이, 구도 시즈카, 미나미나 요코와 함께 ‘아이돌 4대 천왕’으로 통했다.
배우로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전환점은 1995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다. 영화 속 그녀가 하얀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를 외치던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영화로 나카야마는 일본 블루리본상과 호치영화상, 요코하마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사랑했던 세 명의 뮤지션
사생활에서는 2002년 결혼을 발표해 화제를 뿌렸다. 상대는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기 작가 쓰지 히토나리다. 작가 겸 영화감독, 뮤지션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결혼 후 파리로 이주해 살다가 2014년 이혼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 쓰지 곁에 남고, 나카야마는 도쿄로 돌아왔다.
이혼 사유를 두고 당시 세간에서는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나카야마가 이혼 협의 중 뮤지션 시부야 케이치로와 데이트하는 장면이 포착된 데다, 친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를 버리고 사랑에 빠진 게 아니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반대로 “두 사람의 이혼이 남편 쓰지 히토나리의 ‘중성성’ 때문”이라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나카야마의 지인에 의하면 “친권을 넘겨주는 것이 이혼을 승낙받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는 “나카야마가 ‘이혼 후 일이 없어진 것보다 아이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더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뮤지션 시부야 케이치로와도 2015년 말 결국 헤어지게 된다.
이후 연예계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2016년 뮤지컬 ‘마술’을 시작으로 연극무대에 주력했으며, 2018년에는 한일합작영화 ‘나비잠’에도 출연했다. ‘주간아사히’ 인터뷰에서 나카야마는 “다사다난한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2024년 새해 첫날, 새로운 열애설이 보도됐다. 상대는 재즈밴드 ‘자버루프(JABBERLOOP)’에서 베이시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나가타 유키다. 지인의 소개로 두 사람의 교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일본 매체 ‘주간여성’은 “나카야마의 콘서트에서도 연인 나가타가 밴드 마스터를 맡는 등 일과 사생활 모두 신뢰하는 파트너였다”고 전했다.
나카야마는 내년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홍보 담당을 맡아왔던 관계자는 “책임감이 강한 노력파였다. 나이가 들어도 노래하고 싶다고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믿을 수 없다” 슬픔에 잠긴 동료들
갑작스럽고 황망한 소식에 동료들의 충격은 크다. 영화 ‘도쿄맑음(1997년)’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는 “믿으려 해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정말 멋진 배우였다”고 슬퍼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은 나카야마 미호와의 추억을 밝혔다. 첫인상은 청초하고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촬영 중에는 정말이지 NG가 거의 없었다. 그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말했다.
또한, 극 중 새하얀 설원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장면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았고, (나카야마) 혼자서 한 거다. 본인의 이해와 감성으로 탄생한 장면이라 그 장면만큼은 내 것이 아니며, 그 연기만큼은 나카야마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이와이 감독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나카야마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러브레터’의 촬영지인 홋카이도 오타루시는 지금도 레브레터를 기억하는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로 붐빈다. 텐구산 전망대에 걸려 있는 영화 포스터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나카야마는 이 세상에 없지만, 작품 속 그녀의 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듯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