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아도…‘실적이 최고’
황창규 KT 회장은 경영실적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연임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제공=KT
황 회장 연임의 든든한 우군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은 황 회장 임기인 2016년에만 보유지분을 9.61%에서 10.62%로 올리며 ‘황창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주주총회를 앞둔 2017년 3월에는 보유지분을 10.11%로 줄였지만 연임을 반대하진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노조가 막판 ‘연임 불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실제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앞서 KT의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일찌감치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하고, 외부 공모 없이 심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회추위가 사규상 명시된 공모 절차를 생략하고 내부 인사를 임의로 우선 심사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KT새노조 간부는 “현재 회추위 위원들이 대부분 황 회장이 임명한 사람인데 그 사람들이 다시 황 회장을 뽑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 회장에 선임된 직후 경영 효율 제고 등을 명목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였으며, 모두 8300여 명의 인력을 정리했다.
하지만 KT 내부에선 황 회장의 구조조정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KT 한 고위 인사는 “선배들의 경우 어차피 2~3년 내에 구조조정 대상인데 위로금을 받고 계열사로 가는 것이 뭐 그리 나쁘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회장 연임이 기정사실화돼 있는 상태에서 서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 연임에 크게 반대하진 않았다”고 했다. 경쟁업체 관계자도 “황 회장과 친구인 다른 대기업 임원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퇴진한 것과 비교하면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임이 된 만큼 무언가 업적을 남기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