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시신 지닌 채 밥 먹고 쇼핑하고…” 너희들 사람 맞니?
지난달 29일 낮 12시 47분께 A 양은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한 초등생 여아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 A 양은 이 시신을 음식물 쓰레기봉투 두 군데에 담아 아파트 옥상 물탱크 위에 유기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A 양은 집을 빠져 나와 4시 30분쯤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와서 B 양을 만난다.
이때 B 양은 종이봉투에 담긴 나머지 사체를 받고, 한 시간이 지난 후 버렸다. 이 사체의 행방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인천연수경찰서 관계자는 “과학수사팀과 시신 수색을 했지만 B 양이 사체를 음식쓰레기와 같이 버려 찾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쓰레기 처리장을 거쳐 김포매립지로 가는데 사체를 찾는다고 해도 특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 양이 시신을 유기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에게 시신 일부를 전달했다는 것은 전례 없는 범행 방법이다. 두 명 다 구속됐지만 향후 수사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명 모두 거짓 진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 양은 초등생이 당시 고양이를 괴롭혀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진술을 남겼지만 초등학교 하교시간까지 미리 알아보는 계획적인 범행을 준비했던 것이 드러났다. 또 A 양은 초등생이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배터리가 없어 집 전화를 쓰게 하려고 집에 데려왔다고 했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당시 A 양의 휴대폰 전원은 켜 있었다. B 양에게 시신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B 양 역시 “종이봉투가 선물인 줄 알았지 시신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선물을 버렸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피의자 통화 내역 분석, CCTV 수사 등을 통해 사체 유기 혐의가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 둘은 지난 2월 해외 채팅 앱을 통해 만났고, 살인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양이 A 양의 범행을 지시하거나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 양의 부모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변호인은 A 양의 심신장애 등을 들어 감형을 주장하겠지만 법조계에서는 중형을 선고해야 할 가중요소가 훨씬 더 많다고 보고 있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살인범죄의 양형기준을 설정하면서 계획적 살인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존속인 피해자, 비난할 만한 목적에 의한 약취·유인인 경우, 강도·강간범인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등을 가중요소로 적용하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만 보더라도 A 양에게는 계획적 살인범행, 취약한 피해자,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비난할 만한 목적에 의한 약취·유인 등이 적용될 여지가 많다. 또 범행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A 양이 겪고 있는 조현병 외에도 품행장애가 범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조현병이 촉발요인이 될 수 있지만 평소 집안, 가정환경과 그동안 폭력성 미디어를 접했던 게 맞물려 범죄로 이어진 것 같다”며 “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들은 보통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지만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적은 거의 없다. 10대가 시신을 토막 내기는 어렵다. 잔혹하고 공격적인 범행을 통해 가해자가 품행장애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품행장애는 반사회적, 공격적, 도전적 행위를 반복적, 지속적으로 행하여 사회 학업 작업 기능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를 말한다. 품행장애의 증상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공격적인 행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남자에게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양 동창이 게시한 A 양이 그렸다는 그림의 일부.
한편 A 양과 같은 학교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학생이 소셜 미디어에 A 양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 학생은 “A 양이 학교에 다닐 때에도 조퇴를 해달라고 해 엄마랑 선생님이랑 문제가 많았는데 엄마가 바로 자퇴를 시킨 것 같다. 자퇴를 한 것도 동아리에 갑자기 못나온다고 해서 알게 됐다”며 “알고 지내던 애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같은 동아리 친구들이 충격을 받았다. 미성년자, 정신질환이 있다고 형량이 축소되면 안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 양은 시신을 집에 유기한 후 시신 일부를 지닌 채 B 양을 만나 세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쇼핑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과 가장 유사한 범행은 지난 2013년 장 군(15)이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지적장애 여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었다. 장 군은 이 여학생을 유인해 인근 건물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그러자 흙장난을 하자며 여학생을 논으로 데려가 눕히고 질식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군은 징역 8년과 치료감호, 20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선고받았다. 장 군은 공격성이 강한 품행장애로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상담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