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먹은 사람 ‘여기 여기’ 숨었다
▲ 자칭 대상 로비스트 최승갑 씨(왼쪽)가 임창욱 명예회장(오른쪽) 구명 로비자금으로 정·관계에 15억을 건넸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
이른바 ‘최승갑 리스트’에는 참여정부 당시 핵심 실세로 통했던 A 의원을 비롯해 Y, K, J 씨 등 중진급 정치인과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2003년 임 회장으로부터 구속을 막기 위한 구명 로비자금으로 수표와 양도성예금증서(CD) 15억 원을 받아 정권 실세 정치인 6명과 검사 4명에게 5000만∼2억 원씩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로비 이후 인천지검의 담당 검사와 특수부장이 모두 교체됐고 2004년 1월 검찰은 임 회장 수사를 종결하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자신의 로비가 먹혀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여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A 의원은 임 회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 인사 청탁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가 일부 언론에 보낸 진술 문건에 따르면 A 의원이 임 회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적시돼 있다. 다만 A 의원이 실제로 검찰 인사 과정에서 청탁 내지는 압력을 행사했는지 또 이 과정에서 로비자금이 건네졌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문건에는 또 최 씨가 임 회장의 지시로 참여정부 당시 실세 정치인이었던 Y, K, J 씨에게 임 회장의 고교 선배인 검찰 고위급 간부를 지낸 B 씨가 작성한 탄원서와 함께 CD 5억 원을 돈세탁해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진술 내용도 담겨져 있다.
전·현직 검찰간부 등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도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시 검찰은 임 회장의 사돈인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처남 홍석조 씨가 인천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에 수사 중단 결정을 내려 ‘봐주기 수사’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법원도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제동을 걸었다. 어쩔 수 없이 검찰은 2005년 재수사에 착수해 임 회장을 구속하는가하면 1차 수사 당시 검찰 책임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2006년 2월 1일 단행된 법무부와 검찰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이 인천지검장을 지낸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실수사 책임론’을 이유로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고검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이자 ‘8인회’ 멤버였다는 점에서 서울고검장 내지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다.
이처럼 당시 인천지검의 대상그룹 비자금 수사는 법무부와 법무장관이 공인할 정도로 ‘부실 수사’였다는 점에서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이 로비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최 씨의 진술 문건에도 다수의 검찰 간부들이 임 회장과 최 씨를 접촉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특히 최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임 회장한테 받았다는 1억 원짜리 수표(옛 한빛은행 발행) 사본과 실제 뭉칫돈이 전달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증거 자료들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출할 것이고 실제 어떤 사람들에게 로비 자금을 건넸는지도 밝힐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씨의 주장대로 임 회장 측이 정·관계와 법조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 방위 로비를 벌였는지 또 동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대상그룹 측은 최 씨에게 로비자금 15억 원이 건네졌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상그룹의 한 관계자는 6월 2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임 명예회장은 대주주일 뿐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이번 사안과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없다”며 “로비 의혹 또한 임 명예회장 개인 일이지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상그룹 구명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또다시 검찰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다. 정·관계는 물론 검찰 내부 인사까지 로비 대상에 포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을 검찰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파헤칠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처럼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지 국민적 시선이 검찰로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