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A 결국 무혐의…경찰, 진술도 증거도 확보 못한 채 무리수 둔 셈
경찰 수사가 브로커 강 씨에 국한되지 않고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새로운 브로커를 통해 또 다른 성매매 연루 연예인이 드러날 개연성도 컸다. 그렇지만 얼마 전 검찰 수사 결과는 경찰 수사와 정반대 내용이었다. 루머에 시달리던 섹시 연예인 A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새로운 브로커로 지목된 인물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수사가 종결됐다. 새로운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의 등장은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4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는 주식 투자자 박 아무개 씨와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연예인 A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진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브로커를 입건했고 A 역시 입건됐다.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5월이었고 검찰 송치는 4개월 뒤인 9월말에 이뤄졌다. 지금까지의 연예인 성매매 관련 수사와 비교해 볼 때 경찰의 사건 검찰 송치는 다소 늦게 이뤄진 편이다. 당시만 해도 경찰이 새로운 브로커를 중심으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을 확대 수사하느라 검찰 기소가 늦어진다는 예상이 팽배했지만 결국 애초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는 모두 무혐의였다. 연예인 A는 경찰 수사 과정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아는 오빠 소개로 박 씨를 한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 성매매는커녕 성관계조차 갖지 않았다는 게 A의 주장이었다. 브로커로 지목된 인물 역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브로커가 서울 강남 소재의 피부관리실이 연예인 성매매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지만 이 부분 역시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수사의 시발점이 된 박 씨의 진술이다. 경찰은 지난 2013년에 1200만 원을 주고 A와 성관계를 했다는 박 씨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박 씨 측 관계자는 박 씨가 이미 경찰 수사 과정부터 A와의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조사에서도 박 씨는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다.
성매매 관련 수사는 현행범이 아닌 경우 진술과 증거가 필수적인데 이들의 만남이 이미 수년 전의 일인 만큼 성관계를 가졌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해 성매매를 입증할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돈이 오간 정황이 나온다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검찰이 자금 추적 결과 계좌로 1200만 원을 송금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연예인 A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이미 연예계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A가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경우 연루 여자 연예인의 대부분이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를 받아들이면 재판이 이뤄지지 않아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된다. 연루 연예인이 모두 실명 보도되지 않고 이니셜 보도로 마무리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반면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식재판을 받게 되고 실명 공개는 물론이고 법원을 오가는 모습까지 보도된다. 성현아가 이런 케이스인데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A의 경우 워낙 강하게 관련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섹시 여가수 B 등 약식기소를 받아들인 여자 연예인들과 달리 성현아처럼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성현아처럼 무죄를 입증하면 다행이지만 실명이 공개된 상황에서 재판을 받는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A는 사건이 불거진 뒤 잠시 중단했던 연예계 활동을 지난해 연말부터 재개했다. 이를 두고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검찰 기소를 앞둔 연예인의 행보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확실시된다는 판단 하에 연예계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A는 성매매 관련 혐의를 벗는 데 성공했다. 성매매는 물론이고 박 씨와의 성관계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결국 이런 주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A는 별다른 이미지 타격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 A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성현아가 유사한 사례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며 힘겹게 무죄를 입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A까지 비슷한 피해를 볼 뻔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