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하는 순직군경으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일요신문DB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이 아무개 씨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내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보훈지청이 2015년 7월 이씨의 아내에게 내린 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소 판사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구조한 이씨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인,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사망했다”며 “순직군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씨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4층 선실에서 바닷물이 밀려들어오자 학생들을 출입구로 대피시키고 갑판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 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다른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시 선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같은해 5월 5일 세월호 내 4층 학생용 선실에서 제자들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재판부는 헬기를 이용한 산불진화 작업을 하다가 숨진 산림청 공무원, 가스누출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인명구조를 하다가 사망한 지자체 공무원 등 2006∼2013년 국가보훈처가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임에도 순직군경으로 인정한 사례 10건도 근거로 제시했다.
소 판사는 “상시적·통상적으로 위험직무를 하지 않고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경 등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다가 사망한 일반 공무원에게 순직군경 예우와 혜택을 준다고 해도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