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마음부터 돌려 놓아야…
▲ 쇠고기 파동으로 떨어진 지지율이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 ||
지난 2월 말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한 채 국정이 혼란해지기만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지지율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5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초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겪어야 했다. 여기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경제대통령’ 이미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한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근래 들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기미가 보이자 청와대는 촛불집회에 대해 강경노선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지율 반등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통해 드러난 민심은 어떤 걸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3월 월례 조사(53.2%), 리얼미터의 조사(3월 5일 발표, 57.3%) 등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과반이 넘는 ‘탄탄한’ 지지율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석 달 동안 벌어진 지지율 하락 폭은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놀랄 만한 수치였다.
리서치앤리서치의 6월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1.6%를 기록했다. 취임 후 100일 만에 무려 31.2%나 주저앉은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하락폭은 두드러졌다. 52.6%(4월 2일 발표),35.4%(5월 7일)에 이어 16.9%(6월 4일)로 저점을 기록한 것. 비슷한 무렵인 6월 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19.7%, 역시 같은 시기에 실시된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무려 7.4%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일신문은 이에 대해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4년차인 2006년 11월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9.9%를 기록한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불과 100일 만에 20% 이상 지지율이 떨어졌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정권에 대한 반감이 당시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였다면 역시 같은 부분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 팀장은 이어 “쇠고기 사태와 촛불집회 등이 최근 지지율 하락에 가속작용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우리나라에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대통령 지지율은 8.3%를 기록한 반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자의 대통령 지지율은 39.7%로 나타난 것이다.
한나라당에게 긴장감을 주는 상황은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탈했다는 점이다. 리서치앤리서치에서 지난 5월과 6월의 월례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지지 정당별 이명박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대전·충청 지역에서 3.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부정 평가는 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 등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 지역에서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지정당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13.4% 줄어들고 부정적 평가가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의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영남, 40대 이상에서 10% 안팎의 매우 낮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한나라당 지지층들도 MB 지지층에서 상당수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전반적인 국정운영 불안과 쇠고기 파동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 모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지지율 이탈을 가져오게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 청와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 ||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정부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 데다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이후 다시 촛불시위 지속 의견이 커지고 있다”며 “이 점이 지지율에 다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했다고 해서 정부가 촛불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사를 오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놓였다는 판단 아래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책을 내놓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22일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30%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며 “다행히 여론이 극적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타 여론조사 결과와 수치의 차이가 큰 점을 들어 신뢰성에 의문을 내놓기도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의도 연구소의 조사는 ARS로 진행된 것인데 이는 설문자와 응답자의 직접 인터뷰 방식에 비해 오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 녹음된 기계음이 들렸을 때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는 이들도 많은 데다 대부분 낮 시간대에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 계층의 의견만을 반영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향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을까. 당분간 ‘보합세’를 이어가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많았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 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내놓은 이미지대로 ‘과연 이명박이다’ 싶은 경제성장책을 내놓는다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론은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므로 지지율은 언제든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도 대통령 지지도와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택수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땐 한반도 운하에 대한 찬성도 높게 나오는 반면 지지율이 하락하면 동시에 반대 의견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정례여론조사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찬성률은 지난 3월 31.6%였다가 6월 조사에서는 11.2%까지 하락했다. 이택수 대표는 “국회가 개원된다면 국민들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을 감안할 때 지지율 30%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나 40%를 넘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