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키우려는 목적으로” vs “성장률 낮고 해외시장 확장 한계”
미샤의 창업주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지분 대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매각했다. 사진=에이블씨엔씨 홈페이지
그러나 미샤가 개척한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금세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이 되며 위기가 찾아왔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운호 전 대표가 설립한 ‘더페이스샵’에 2004년 왕좌를 내준 데 이어, 거대자본을 앞세운 ‘이니스프리’, ‘에뛰드’의 공격도 매서웠다. 2010년 이후 뷰티 프로그램과 SNS의 인기에 힘입은 ‘대박 화장품’이 연이어 나왔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이렇다 할 아이템을 내놓지 못하며 고전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다시 한 번 가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반값 세일을 하는 ‘미샤데이’에 나섰고, 2011년에는 에스티로더, SK-Ⅱ 등 수입 명품 화장품과의 노골적인 가격비교 마케팅으로 잠시나마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여기에 ‘K-뷰티’ 열풍에 힘입어 해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에이블씨엔씨의 해외 매장은 3000여 개로 아모레퍼시픽(3200여 개)과도 큰 차이가 없다.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서영필 대표의 지분 매각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미샤의 매출액은 4346억 원으로 2015년 대비 6.5% 증가했고, 순이익도 180억 원에 이른다. 2012년 4523억 원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까지 40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유지 중이다.
이번 매각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회사를 좀 더 키우려는 목적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 대표가 미샤의 실적이 좋은 지금 지분을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과열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는 분명한 콘셉트와 히트 제품 창출로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미샤를 포함해 ‘스킨푸드’, ‘토니모리’, ‘더페이스샵’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에이블씨엔씨는 오히려 2013년부터 재작년까지 매출이 감소하는 역성장의 흐름을 보였다.
이번 지분 매각은 서 대표가 해외 시장 확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작년 오픈한 미샤 해외 매장 모습. 사진=에이블씨엔씨 홈페이지
여기에 해외 시장 확장에 한계를 느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화장품 업체 컨설팅 관계자는 “겉으로만 보면 한국 화장품 업계가 탄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위기”라며 “태국, 중국, 터키 등의 후발 주자들이 추격하는데 해외에서 판매되는 한국 화장품 가격은 국내보다 2.2~2.5배 높다. 한국 화장품은 한국 여행 때 대량 구매하는 물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표되는 해외 매장 수도 허수가 많다. 상당수가 독립매장이 아니라 대형 매장 한쪽에 마련된 판매대 정도의 개념”이라며 “물건을 소비자가격의 25% 정도로 납품해도 어려운데 해외 매장에는 소비자가격의 50% 정도에 공급하니 견디지 못하고 줄 폐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유독 많은 해외 매장을 보유한 미샤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의 중국법인 ‘북경애박신화장품상무유한공사’는 매출 516억 원, 당기순이익 24억 원을 거두었지만, 일본법인 ‘미샤재팬’은 96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더해져 이제는 중국 매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영필 대표는 이번 매각으로 양도소득을 챙겼다. 서 대표는 보유지분 29.31% 중 25.54%를 리프앤바인에 주당 4만 3636원에 매각했다. 21일 주가인 2만 8300원보다 50% 높은 수준으로 매각했다. 자금을 확보한 서 대표로선 투자회사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변동성에 충분히 대비한 것이다.
여기에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리프앤바인이 서 대표와 추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다시 매각하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차례 위기에도 미샤를 끌고 온 서 대표가 쉽사리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서 대표의 매각 발표 이후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25일 기준 주당 2만 9050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IMM이 주식 공개매수로 에이블씨엔씨 보유 지분율을 85.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에이블씨엔씨 상장폐지설이 돌고 있다. 그러나 오너가 아닌 사모펀드가 자진 상장폐지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지금 비즈한국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욱 생생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