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인이 유명 디자이너? 동명이인 오보 해프닝…안골마을 주민들 ‘박근혜 이사’ 환영 분위기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생활을 청산하고 삼성동 자택을 찾았지만 거주한 기간은 한 달 정도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삼성동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칩거하던 곳으로, 취재진뿐 아니라 박사모 등 회원들이 최근까지 찾던 장소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 지난 4월 21일 삼성동 자택을 팔고 내곡동 안골마을의 한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부동산 거래가 확인됐다. 강남지역의 주택을 사고 팔면서 발생한 차액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삼성동 자택은 67억 5000만 원에 매각됐고, 내곡동 자택은 28억 원에 매입됐다. 매각과 매입을 하는 과정에서 35억 원 정도의 매매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변호사 선임 비용에 사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동 자택을 매입한 인물은 마리오아울렛의 홍성열 회장이다. 홍 회장은 싼값에 집이 나와 주거용으로 구입했으며 박 전 대통령과 인맥이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일부 언론은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친분이 있어 부동산 거래를 하게 됐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매입한 자택에서 인부들이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신 씨는 40대 초반이고 유명 웨딩 디자이너 이 씨는 40대 후반으로 나이 차이로만 봐도 모녀 관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디자이너는 신 씨와 무관하며 내곡동 자택의 전 주인도 아니었다. 실제 신 씨의 모친인 이 씨는 이 디자이너와 동명이인이었고, 나이는 60대 후반으로 확인됐다.
이 디자이너 측 역시 “신소미 씨는 물론이고 박 전 대통령의 자택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내곡동 안골마을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이 씨도 논현동 일대에 의상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었다.
이 씨는 논현동에 있는 건물 한 채를 소유하고 있었고, 건물 내 대부분이 공실로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건물 관리인은 “이 씨가 지난 10일에 이삿짐을 다 빼고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다”며 “1년 넘게 공실인 공간이 많아지면서 집도 팔게 된 것 같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러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5월 중순쯤 돌아와 이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자금 흐름에 따른 일상적인 부동산 매매인 터라 이 씨가 박 전 대통령 내지는 그 측근들과의 친분 관계로 인해 주택을 팔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이웃주민들 역시 “이 씨가 안골마을에서 오래 살았다. 두 딸을 여기서 다 키워 시집을 보냈다”며 “이 씨가 외출을 많이 해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과 알고 지낼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이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이삿짐은 4월 29일께 내곡동으로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내부 보수 공사로 실제 이사는 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4일 직접 찾은 주택 내부와 외부에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부에서는 인부들이 화장실 타일을 들어내고, 뜯어 낸 장판 폐기물을 트럭으로 내갔다. 외부에서는 나무와 꽃 등을 정원에 심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주택 배치도에 따르면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져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계단실, 1, 2층은 각각 방 두 개와 욕실 두 개, 방 세 개와 욕실 두 개로 구성돼 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은 내곡동 자택 바로 뒤에 있는 집도 매입해 경호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내곡동 주택 인근에서는 경찰 인력과 경호실 직원들이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사를 마치면 경호 인력이 경호동에 상주하며 자택 경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경호 기간은 5년으로, 필요에 따라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안골마을 주민 대다수는 박 전 대통령이 이사온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로 대통령이 이사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플래카드를 붙이고 환영을 하려고 했다”면서 “아직 오시지도 않았고 젊은 사람들 입장도 있고 해서 어떻게 만들지 구상만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오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금고 있나 없나’ 이삿짐 행방 주목 지난 4월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삼성동 주택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삿짐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내곡동으로 이사를 하게 돼 또 한번 이삿짐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 특히 장시호 씨가 언급한 금고의 행방이 화두가 되고 있다. 내곡동 주택의 전 주인은 이미 이삿짐을 빼갔고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이삿짐이 새 자택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짐은 아직 삼성동 주택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시호 씨가 지난 4월 24일 최순실 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이모인 최 씨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특검에 진술했던 조서가 제출됐다. 장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2층에 금고가 있는데, 여기에 있는 돈 같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같은 진술을 지난 1월 확보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와 일정이 맞물리면서 자택 압수수색은 무산됐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