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내몬 사람들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선수들 볼 수 없던 시간 너무 괴로웠다”
지난 25일 안암동에서 기자를 만난 이민형 감독은 자신의 무죄가 입증됐다는 기쁨보다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떠올라서인지 환하게 웃지 못했다. 학부모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학생들을 부정 입학 시켰다는 경찰의 첩보에 의해 시작된 이 사건은 이 감독의 농구 인생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농구부 이민형 감독.
“고려대가 수차례 대학 농구 정상에 오르며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했는데 그 과정에서 별의별 소문이 정말 많았다. 그때마다 ‘나만 아니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애써 무시했었는데 그게 결국 큰 화로 돌아오더라. 경찰은 첩보를 통해 나와 관련된 비리 혐의를 발견했다고 했고, 그런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학교는 날 보호하는 대신 직무정지를 내리고 말았다. 덕분에 난 비리 감독으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내가 무혐의를 받는 데엔 관심 없다. 처음 알려진 내용, 즉 비리혐의로 직무정지 받았다는 내용만 기억할 뿐이다. 그런 오해의 시선들이 정말 힘들었다. 학부모들한테도 미안했고.”
이 감독이 학부모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찰에서 이 감독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이 감독의 가족들은 물론 장인 장모 등 처가 쪽과 선수 부모들의 계좌들을 모조리 뒤졌고, 일부 학부모들은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100여 개의 계좌를 뒤졌다고 들었다. 그런데 단 한 군데서도 내 비리를 입증할 만한 혐의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난 그들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없는 죄를 입증하려다보니 경찰도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검찰에서 조사해보더니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입학 비리라는 게 주는 사람과 받은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상황에서 혐의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었겠나. 계좌를 털어도 나오지 않으니 경찰에선 나중에 KBL에서 대학 감독들한테 지급하는 연구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명목으로 또 다시 조사했다. 그건 감독 개인 계좌로 보내는 지원금이다. 애시당초 ‘횡령’이란 죄목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감독이 이런 일에 연루된 배경은 무엇일까. 경찰은 어떻게 해서 이 감독의 비리 관련 첩보를 입수하게 된 것일까. 이 감독은 조심스럽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언급하기가 어렵다. 나를 이렇게 내몬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른 건 애써 참을 수 있는데 선수들을 보지 못하는 시간들이 너무 괴로웠다. 일부러 경기장에 얼씬도 안했다. 졸업하는 선수가 있었지만 인사도 받지 않았다. 내 결백이 입증된 후 선수들 앞에 떳떳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이더라. 또 인생을 배운 셈이다.”
이 감독은 혐의를 벗은 만큼 곧 학교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학교 측에 직무정지 해제를 요청했다. 그의 복귀는 감독 인사권한이 있는 총장의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한데 모든 일이 정리된 터라 곧 코트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