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소유 아파트서 아리송한 전세살이
▲ 박희태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박희태 대표는 과거 재산신고 축소 의혹과 함께 자신과 부인 김 아무개 씨 소유로 되어있는 건물의 임대소득 수십억 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5년 10월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가 박희태 당시 국회부의장과 박 부의장의 부인이 1억 8000만 원 넘게 탈세를 했다고 제보하면서 박 대표는 당시 국세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대표 측은 이와 같은 소유 부동산 등 재산 내역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당시 국세청 조사로 모두 무혐의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남아있는 의문점을 짚어 보았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3월 28일 공개된 국회의원 등 1급 이상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총 재산 88억 2530만 원을 신고했다. 이 중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규모가 85억 290만 원으로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서초와 경기 용인·평택, 강원 평창 등지에 10만 3296㎡(약 3만 1247평, 46억 8840만 원)의 땅과 서울 강남·서초 등지에 여러 채의 상가와 사무실, 단독주택, 아파트(전세권) 등 38억 9400만 원 규모를 갖고 있었다. 반면 예금액(1480만 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은행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중 소유 건물 내역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동(건물 333.54㎡·약 100.89평)’ 아파트의 전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돼 있다. 그런데 박 대표가 현재 거주중인 곳은 ‘삼성동 아이파크 10x동 170x호(214.87㎡ 65평)’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곳(214.87㎡)과 재산신고 당시 기재된 곳(333.54㎡)이 넓이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
재산신고 당시 실제 거주하고 있는 평형보다 ‘부풀려’ 기재하는 착오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 박희태 대표가 일부 임대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삼성동 아이파크 건물. 박 대표 큰딸이 시세보다 매우 싼 가격에 이 아파트를 얻어 그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박 대표가 3억 원에 전세를 사는 것으로 신고한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 2005년 2월 28일 재산신고 내역에서부터 등장하는데 그때부터 전세가액은 3억 원으로 변함이 없었다. 현재 해당 아파트 같은 평형의 매매가는 40억~43억 원(7월 18일 매물 기준) 선이며 전세가는 15억~18억 원에 이른다. 현 시세에 비하면 매우 낮은 액수로 전세권 계약이 이루어진 것. 또한 박 대표는 333.54㎡ 중 200㎡를 ‘일부 임대’했다고 신고했다. 아파트 면적 중 일부를 임대한 형식도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박 의원 측의 답변은 이렇다.
박 의원 측은 “(아파트 명의자인) 딸 세대와 합가를 하게 되면서 전체 면적의 절반이 조금 넘는 부분을 신고했고 실제 아파트의 구조가 양 세대가 각각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칸막이 공사를 통해 개조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3억 원’의 전세금액에 대해서는 “당시 딸 박 아무개 씨가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중도금 3억 원가량이 부족해 3차에 걸쳐 전세금 명목으로 빌려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 측 설명에 따르면 딸 박 씨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돈이 모자라 이 돈을 부모인 박 대표로부터 전세금 명목으로 차입하고 박 의원 부부는 딸의 집에 이 차입금을 전세금으로 환산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산규모가 상당한데다 여러 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박 의원 부부가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박 의원 부부는 이전에도 사위 정 아무개 씨 소유로 된 오피스텔의 전세권을 보유한 적이 있어 궁금증이 제기된다.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재산신고 당시 배우자 김 씨 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2-1번지’의 전세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곳은 당시 사위 정 씨가 소유하고 있던 곳. 또한 이곳에 ‘2001년 7월 주택임대 보증금으로 전세입주’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그 전에 살던 단독주택이 너무 오래되고 부부가 살기에는 집이 넓어 큰딸네 가까이 이사를 가기 위해 사위 명의로 된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대표 부부가 현재 거주중인 아이파크 10x동 170x동(214.87㎡ 65평)의 소유자는 큰딸 박 아무개 씨. 이 아파트는 올 초(2008.1) 국토해양부가 공시한 공동주택가격 기준으로 27억 2000만 원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높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88평형이 작년 초에 45억 원에 매매된 적이 있으며 올해엔 59평형이 57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 등기부상 박희태 대표 딸 박 씨 소유 부동산(위쪽)과 박 대표 부인 소유의 부동산. | ||
큰딸 박 씨는 지난 2004년 6월 25일 이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박 대표 측에 따르면 매입금액이 약 16억 7000여 만 원(취득세 및 등록세 별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액수는 당시의 공시지가 수준에 이르는 금액으로 시세와는 차이가 있다(2005년 해당아파트 공시지가 16억 1400만 원).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실제 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적어도 1.5배~2배 이상 비싸다는 설명이다.
딸 박 씨가 이 아파트를 산 매입 자금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겨난다. 구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이 아파트는 박 대표의 차명소유 재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박 씨와 남편 정 씨는 지난 99년 9월 29일 ‘역삼동 642-1 역삼현대벤처텔 xxx8, xxx9호’를 각자의 명의로 매입하기도 했다. 이 오피스텔은 각각 86㎡(26평형), 138㎡(42평형)로 나란히 붙어있는 곳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현재 거래가는 각각 1억 7000만~1억 8000만 원, 2억 8000만~2억 9000만 원 선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딸 박 씨는 아직까지 이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사위 정 씨 소유의 오피스텔은 2004년 8월 판 것으로 되어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 대표 측의 답변을 들어보았다. 우선 아이파크 매입 자금에 대해 박 의원 측은 “박 씨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소유하고 있던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10동 1xxx호’의 매각대금 9억여 원과 은행대출금 6억 원, 일부 임대(부모 박희태 부부로부터 받은 전세금액)에 따른 3억 원이 이 아파트의 구입자금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피스텔 구입 부분에 대해서는 “박 씨 부부가 각각 재테크를 해서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딸 박 씨 부부가 ‘삼성동 아이파크’의 매입자금 중 일부로 사용했다고 밝힌 이전 소유 아파트(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의 매각시점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서초동 삼풍아파트’를 판 시점이 2005년 2월로 ‘삼성동 아이파크’를 산 시점(2004년 6월)에 비해 8개월이나 늦은 것. 또한 당시 시세보다 매우 싼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배경에도 궁금증이 남는다.
이 두 가지 점에 대해 추가로 의문을 제기하자 박 대표 측은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 일단 돈을 빌려서 매입했고 나중에 삼풍 아파트를 판 대금으로 이를 갚았다”고 답해왔다. 하지만 당시 박 씨가 9억 원이라는 큰돈을 급하게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당시 시점의 박 대표의 재산신고 내역 중 채무 사항에 대해서는 이 아파트의 ‘일부 임대’ 전세대금 ‘3억 원’에 대한 은행 채무 내역만이 기재되어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