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은 “우리는 꼭 DJ를 교도소 보내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심화되는 보•혁 갈등과 당권 경쟁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박 대행은 이제 매스컴으로부터 가장 조명 받는 인사 중 한 명이 됐다.
〈일요신문〉이 박 대행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송금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14일 오후였다. 박 대행은 김 대통령의 이날 사과문에 대해 “해명이 아닌 변명이었을 뿐”이라며 특검제에 대한 강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박 대행은 정치권에 소문난 ‘달변가’답게 특검제 관련 사안과 당내 개혁 문제 등을 차분히 설명해나갔다.
― 어제(2월13일) 여야 대표 총무가 모였는데 그 자리에서 대북 송금 논란과 관련해 의견 조율은 없었나.
▲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과 관련, 상호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을 뿐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대북 송금 논란과 관련해 특검제 이외엔 수용 가능한 어떤 타협안도 없다.
― 여권과 특검제 이외의 다른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은 없나.
▲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든, 관련자의 국회 비공개 증언이든 우리의 특검제 추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특검제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특검제가 도입된다면 이후 발생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선 여권과 조율할 수 있다.
― 일각에선 이번 대북 송금 논란을 ‘국익론’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 국익은 진상 규명을 하고 사후 처리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 반드시 ‘수사=처벌’이라고 봐선 안된다. 과거 12•12사태와 관련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고 나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우리(한나라당)는 꼭 김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조사 이후 담당 검사가 처벌 방법과 수위에 대해서 결정할 때 국익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에서 박지원 실장과 임동원 특보에 대한 출국금지를 추진중인데 퇴임 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인가.
▲ 김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 실장과 임 특보는 국회에서 위증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우리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믿는다.
― 일각에선 대북 문제를 샅샅이 파헤치려는 한나라당에 대해 ‘반통일 수구세력’이라 평하기도 하는데.
▲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화갑 대표와 함께한 박희 태 대표권한대행. | ||
― 남북정상회담 성사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을 뜻하는 것인가.
▲ 내가 말 안해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 특검제도 문제지만 한나라당 당내 보•혁갈등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우선 여권에 비해 한나라당은 당내 개혁에 대해선 무기력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 역대 정권 초기마다 ‘개혁’을 외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나 개혁을 제대로 해낸 정권은 없었다. ‘개혁’이란 단어가 인기를 끌기 위한 일시적 방편으로 쓰여선 안된다. 우리 당은 시간을 두고 합리적 개혁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며 조금만 기다리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 당내 개혁파 의원들을 어떻게 보나.
▲ 그분들을 개혁파라 명명하기보다는 우리 당의 다 같은 당원이라는 표현이 더 낫다. 얼마 전 (개혁파 의원들과) 술잔도 기울이면서 여러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 같은 우리 당원일 뿐이고 우리 당의 나아갈 길도 함께 잘 알고 있다.
― 일부 개혁파 의원에 의해 ‘청산대상 의원’ 이름이 거론되고 이에 대한 연판장 작성 논란까지 있었다.
▲ 그런 일 없었다. 어떻게 우리 당 의원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청산대상’이라 명할 수 있나. 청산대상 의원들 이름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의원으로부터 직접 그런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다. 근거 없이 퍼진 풍월일 뿐이다.
― 어제(2월13일) 당내 ‘청산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을 직접 만났다던데.
▲ 그분들은 당을 위해 애써왔는데 근거 없는 정치권 풍설 때문에 본의 아닌 피해를 당했다. 당 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으로 그분들을 만나 위로해줬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청산대상 의원’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성도 없고 우리 당 어떤 인사로부터도 동의 받지 못할 일이다.
― 새 정부에 일부 야당 의원 입각설이 나돌고 있다.
▲ (크게 웃으며) 내가 한 자리 달라면 주려나. 여야 간 화합이 야당에 장관자리 한두 개 준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다. DJ 정권 초기에 여권이 우리 당 인사들을 협박해서 빼가고 다수 중진 의원들을 먼지 털 듯 수사해서 법정에 세웠다. 그런 식의 불이익이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계은퇴 선언을 한 이회창 전 총재가 돌아와 일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그 문제는 내가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 별다른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